돌아온 자리에서
34화. 돌아온 자리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날,
공항의 공기는
장가계와는 전혀 달랐다.
습관처럼 익숙한 냄새,
빠른 걸음,
각자의 삶으로 흩어지는 사람들.
여행이 끝났다는 사실이
짐보다 먼저
어깨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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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항에서도 여전히 다정했다.
짐을 먼저 찾고,
미화의 외투를 챙기고,
차 문을 열어주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미화는
알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사람은
원래의 자리로
정확히 돌아간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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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그의 휴대폰은
여러 번 울렸다.
그는
몇 통은 받지 않았고,
몇 통은
미화가 들리지 않게
짧게 끊었다.
장가계에서 느꼈던
신혼 같은 밀도는
조금씩
옅어졌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뒤
손에 남은
체온만 확인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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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말했다.
“조금만 쉬어.
내가 연락할게.”
늘 하던 말.
늘 같은 말.
미화는
차에서 내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그 말 속에
기대보다
거리감이 먼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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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와
여행 가방을 풀었다.
장가계에서 산
작은 기념품들,
사진 속 웃고 있는 얼굴들.
그 모든 것이
조금 전의 일인데도
이미
과거처럼 느껴졌다.
미화는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기다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화면을 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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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미화는
괜히 TV를 켜두고
아무 프로그램이나 보다가
소리를 줄였다.
고요해지자
마음속 질문들이
다시 살아났다.
여행에서의 나는
그의 사람이고,
일상 속의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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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함께 떠났을 때보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본모습을 드러낸다.
미화는
장가계에서 느꼈던
확신 같은 감정이
이곳에서는
왜 이렇게 흐려지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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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미화는
처음으로
그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작은 저항,
작은 실험.
사랑이
내가 멈췄을 때도
나를 향해
걸어오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날 밤,
미화는
장가계의 산이 아닌
서울의 천장을 보며
눈을 감았다.
여행은 끝났고,
이제부터가
진짜 이야기라는 걸
미화는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이상하리만치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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