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결혼이라는 생각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장가계, 셋째 날 새벽 — 결혼이라는 생각

셋째 날의 새벽은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이었다.

창밖은 고요했고,
산의 윤곽만이
희미하게 숨 쉬고 있었다.

둘은
말없이 다시 서로에게
가까워졌다.

격정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끌림,
서로를 찾는 몸의 기억 같은 것이었다.


---

그의 체온이
미화의 등에 닿았을 때
미화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놓였다.

불안도,
의심도,
질문도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새벽.


---

둘은
온갖 감정 속으로
빠져들었다.

안정감,
설렘,
의지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미화는
그의 숨결을 느끼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구나.


---

누군가의 하루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아침과 밤을
함께 맞이하는 일.

확신이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는 것.

그게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아닐까—
미화는
조심스럽게 느꼈다.


---

그는
미화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만 더 자.”

그 말이
명령도,
약속도 아닌데
이상하게
가슴에 오래 남았다.


---

미화는
그의 품 안에서
다시 눈을 감았다.

아직
미래를 말하지 않아도,
아직
모든 걸 알지 못해도—

장가계의 셋째 날 새벽은
미화에게
‘함께 살아본다면’이라는
상상을
처음으로
허락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상상은
달콤해서—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기억을 뀌메는 사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16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9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3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