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들키지 않으려는 마음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37화. 들키지 않으려는 마음

그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미화는
순간적으로
그를 보고 싶어졌다.

아무 일도 아닌 척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심장은
이미
그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

“목소리가 왜 그래?”
그가 물었다.

미화는
웃음을 먼저 꺼냈다.

“괜찮아.
오늘 약속 있어.”

사실
약속은 없었다.
없다는 걸
그도 알 것 같아서
굳이
말을 덧붙였다.

“늦을 것 같아.”


---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가볍게 웃었다.

“그래?
요즘 바쁘네.”

그 말에는
섭섭함도,
확인도 없었다.

미화는
그 무심함에
다시 한 번
마음이 흔들렸다.


---

통화를 하며
미화는
스스로를 단속했다.

보고 싶은 티를 내지 말 것.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이지 말 것.
여전히
자기 삶이 있는 사람처럼
말할 것.

그건
그를 밀어내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연습이었다.


---

전화를 끊고 나서
미화는
휴대폰을 한참 쥐고 있었다.

조금만 더 말하면
“보고 싶어”라는 말이
툭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끊었다.


---

밤이 되자
그의 부재는
더 또렷해졌다.

늘 그와 나누던 시간,
그의 목소리로 채워지던 공백이
고스란히
미화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 공백을
그로 채우지 않기로 했다.


---

미화는
조용히 불을 끄고
혼자 침대에 누웠다.

보고 싶다는 마음을
삼키며.

사랑은
가끔
다가가는 것보다
참는 쪽이
더 많은 용기를 요구한다는 걸
미화는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보고 싶어 하는
이 마음조차
언젠가는
자기 것이 될 수 있기를—
미화는
아주 조용히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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