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길
36화. 혼자 가는 길
“내일 뭐 해?”
그의 물음은
늘 그랬듯
가볍고 당연했다.
마치
미화의 내일이
자기 일정의 연장선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미화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했다.
“선스케줄 있어.”
“혼자만 갈 수 있는 자리야.”
설명은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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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묻지 않았다.
“그래, 다녀와.”
짧고 매끄러운 대답.
그 무심함이
미화를
조금 아프게 했고,
그래서
조금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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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는
일부러
지방 스케줄을
혼자 갔다.
늘 그와 함께였던 길,
늘 그가 운전대를 잡고
옆자리에 앉아 있던 시간.
이번엔
라디오 소리만
차 안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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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위에서
미화는
자기 호흡을 느꼈다.
그의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되는,
그의 전화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온전히 혼자인 시간.
외로움보다
자유가 먼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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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도착하자
미화는
익숙한 얼굴들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지시하지 않고,
부탁하는 방식으로
현장을 움직였다.
“이거 조금만 더 부탁드려요.”
“여긴 제가 볼게요.”
사람들은
미화의 말에
기꺼이 반응했다.
그 순간,
미화는
문득 생각했다.
이 자리는
원래 내 자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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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대충 먹고
현장을 한 바퀴 더 돌며
미화는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손을 잡지 않아도
충분히 단단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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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에게서
전화는 오지 않았다.
미화는
괜히 휴대폰을
뒤집어 놓지 않았다.
확인하지 않으려 애쓰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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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돌아오는 길,
해가 기울었다.
미화는
차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괜찮다.”
누군가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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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미화는
지치지 않았다.
사랑이 빠진 자리에
자기 자신이
조금 돌아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화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혼자 가는 날들이
조금씩 늘어날수록
자신은
그에게서 멀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되돌아가고 있다는 걸.
그 사실이
아직은
조금 낯설었지만—
분명
필요한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