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지 않던 전화
35화. 받지 않던 전화
이틀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틀과 몇 시간.
그에게서
아무 연락도 없었다.
여행이 끝나면
늘 그렇듯
미화는
조금 더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고,
이번엔
기다리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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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날 아침,
휴대폰이 울렸다.
그의 이름.
미화는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뒤집어 놓았다.
받지 않았다.
심장이 먼저 뛰고,
손이 먼저 떨렸지만
그래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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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무렵
다시 한 번.
그리고
오후 초입에
또 한 번.
그는
집요하지도,
초조하지도 않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 무심한 간격이
오히려
미화를 더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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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해가 기울 무렵
전화가
다시 울렸다.
미화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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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 받아.”
그의 목소리는
낮고 익숙했다.
걱정과 서운함이
살짝 섞인 톤.
미화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바빴어.”
그 말은
거짓도,
진실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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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기 하루를
짧게 설명했다.
회의,
약속,
사람들.
미화는
그 말을 들으며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이틀을 비운 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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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가 물었다.
미화는
그 질문이
자신의 마음을 묻는 건지,
관계를 확인하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응.”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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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나서
미화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받지 않던 전화는
미화의 마음을
조금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받아버린 순간
그 단단함은
금세
흐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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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그를 놓아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놓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이
사랑보다
더 아프다는 것도.
그날 저녁,
미화는
처음으로
이 관계의 끝을
막연하게
떠올렸다.
아직은
선명하지 않았지만,
분명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