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끌려 다니는 느낌이었다.
11화. 그날, 쉬고 싶었던 마음과 늦은 미안함」
어느 일요일이었다.
난 진짜 그날만큼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르바이트와 수업, 강의 준비, 통역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오던 몸이 이상하게 말을 듣지 않았다.
그날은 눈을 떴는데,
일어날 수가 없었다.
머리는 무겁고 팔다리는 축 늘어졌고,
내가 나를 끌고 다니는 게 아니라
무언가에 질질 끌려 다니는 느낌이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벨소리는 낯설지 않았다.
익숙하고 따뜻한,
그 사람—선배의 전화였다.
그 시절엔 핸드폰도 삐삐도 없었다.
연락이란 건 집 전화가 전부였기에,
그가 전화를 건다는 건
곧 나를 보겠다는 뜻이었다.
그건, 그만큼 선배가 용기 내서 나를 찾고 있다는 뜻이었다.
“오늘 시간 좀 어때?”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조심스러우면서도 환했다.
그게 고마웠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진짜 그 따뜻함조차 버겁게 느껴질 만큼 지쳐 있었다.
“저… 오늘은 좀 쉬려고요.”
내 말은 짧고, 담백했지만
그 안에 나조차 알지 못했던 무심함이 묻어 있었던 것 같다.
그 순간, 전화기 너머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선배는 아주 짧게 말했다.
“그래… 잘 쉬어.”
그 말 속에서
어딘가 내가 하나를 놓쳐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날 이후, 선배는
더 이상 주말에 나를 보자고 말하지 않았다.
익숙했던 전화는 점점 뜸해졌고,
도서관에서 자주 마주쳤던 그도
어느새 자리를 조금씩 달리 앉기 시작했다.
---
시간이 흘러 다시 선배의 전화가 왔을 땐,
그건 정말 오랜만의 연락이었다.
“선배…”
기다렸다는 듯 수화기를 들었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침이 먼저 터졌다.
쉰 목소리에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난 말 대신 숨소리로 내 상태를 전했다.
“너… 감기야?”
그의 목소리는 걱정 반, 아쉬움 반으로 물들어 있었다.
“괜찮아요. 그냥 좀 피곤해서요.”
나는 여전히 괜찮은 척을 했다.
선배가 미안해할까 봐,
괜히 내 탓일까 봐,
괜히 또 무거워질까 봐.
“그날… 진짜로 너무 피곤했어요.”
난 뜬금없이 그때 얘기를 꺼냈다.
그 일요일, 전화를 받지 않았던 날.
선배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날? 나도 그냥… 네 목소리 듣고 싶었어.”
“근데 목소리보다 기침이 더 크더라.”
“그래서 괜히 전화했나 싶었지.”
그 말이
그렇게 가볍게 들려왔는데,
나는 그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그는 늘 그랬다.
아프면 먼저 알아차렸고,
피곤하면 조용히 곁을 내주었다.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안 했지만,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내게는 사랑이었음을
난 너무 늦게,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그 일요일,
나는 단지 쉬고 싶었을 뿐인데
그의 다정함을 밀어낸 게 아닐까
그날 이후로 계속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이제 와서,
이렇게 몇 마디라도 하게 된 것일까.
뒤늦게라도 미안하다고,
그날 내가 그리 무심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
지금 생각하면,
그 일요일은 나 혼자만 쉬고 싶었던 하루가 아니었다.
어쩌면 선배도
그 날,
내가 자신을 좀 더 바라봐주길 바랐던 게 아닐까.
그날,
우리는 조용히 서로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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