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시간을 나누지 않았다.
19화. 같은 시간, 다른 준비
4학년이 되던 봄,
캠퍼스는 늘 그렇듯 바쁘고 분주했다.
졸업, 취업, 미래, 불안…
서로 다른 무게를 짊어진 친구들이
도서관과 강의실을 전전하며
마지막 학년을 살아내고 있었다.
선배는 유학을 준비한다고 했다.
영어 시험 점수며, 추천서며, 준비할 게 많다며
이전보다 더욱 바빠 보였다.
그리고 난, 그가 소개해줬던 회사의 정직원으로
취업이 거의 확정되어 있었다.
그해 봄,
우리는 같은 학교, 같은 계절을 살고 있었지만
서로의 시간을 나누지 않았다.
그게 어쩌면 더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매일 연락하지도,
같이 밥을 먹지도 않았다.
같은 수업을 들어도 옆자리에 앉을 일이 없었고,
도서관에서도 인사를 나눈 뒤
서로 다른 자리로 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선배가 만든 길 위에 서 있었다.
그가 소개해 준 회사를 다녔고,
그가 준 책을 가끔 다시 꺼내 읽었고,
그가 열어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며
내 앞에 놓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게 고마웠다.
그리고 그 고마움은
더 이상 사랑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냥... 고마움이었다.
그랬다고 믿고 싶었다.
동기 중에 한 친구가
대놓고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같이 수업도 듣고, 과제도 함께하면서
점점 더 내 곁에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이었다.
친구들은 말렸다.
“야, 걔는 좀 성급해. 너 감정 정리 다 안 됐잖아.”
나는 웃으며 넘겼지만,
사실 그 말이 뼈에 박혔다.
정리된 건 없었다.
그저 눌러놓았을 뿐이었다.
그 후배의 장점도, 성실함도 알았다.
그가 나에게 얼마나 진심인지도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자꾸만
**"선배라면 이럴까?"**를 떠올렸다.
내가 스스로에게 지겨울 만큼,
누구를 만나도 선배와 비교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억눌렀다.
그건 누군가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참 불공평한 일이었다.
---
그해,
선배는 점점 더 어른스러워졌다.
표정도, 말투도, 행동도
한결 여유로워졌고,
내 앞에서 더 이상 서두르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의 시선 안에선 그냥 ‘좋은 선후배’였고
그게 나쁘지 않았다.
선배는 늘 나에게
자신의 진심을 억지로 들이밀지 않았다.
그게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아무 말 없이 내 옆을 걸어주던 그 사람.
그 마음은 어디쯤 가 있을까.
나는 모른다.
묻지도 않았고, 들을 용기도 없었다.
그저 시간에게 맡겼다.
우리의 마지막 학년을,
우리의 미묘한 관계를,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내 마음 한구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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