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면서도 익숙했다.
20화. 어른이 되는 저녁
졸업식이 다가오기도 전,
나는 이미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1년 넘게 알바로 몸 담았던 그곳.
덕분에 인턴이라는 명목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거치지 않고
조금씩 실무를 익혀나가고 있었다.
회사라는 공간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어른들의 세계 같았지만,
나는 여전히 학교의 연장선 안에 있었다.
캠퍼스 대신 책상과 회의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점심시간이면 몰래 교정을 떠올리곤 했다.
그날도 그런 오후였다.
퇴근 직전, 전화가 울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밥이나 먹자.”
선배였다.
목소리는 여전히 여유로웠고,
말투는 더 단단해져 있었다.
오랜만인데 혼자였다.
괜히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회사 근처 조용한 식당에서 마주 앉았다.
오랜만인데도, 어색하지 않았다.
우리는 평소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자연스럽게 웃으며 밥을 먹었다.
선배는 해외 유학 준비가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
비자도 거의 나왔고,
이제는 날짜만 정하면 된다고.
“잘 다녀와요.”
밝게 말하면서도,
내 손은 수저를 쥔 채로 조금 떨렸다.
선배는 그걸 보지 못한 척,
자연스레 이어갔다.
“혜선이는 잘 될 거야.
나중에 진짜 멋진 사람 돼서
우리 어디선가 만나면
서로 존경하는 사이였으면 좋겠다.”
나는 웃었다.
“좋은 어른으로 살자고요, 우리.”
우리는 그렇게,
마치 오래된 동료처럼,
한 시대를 나란히 걸었던 이들처럼
조용하고 따뜻한 저녁을 보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벗은 구두를 내려놓으며
잠깐 멈춰 섰다.
‘아, 이제 정말 끝인가 보다.’
내가 먼저 끝낸 줄 알았던 마음이
뒤늦게 인사 없이 떠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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