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처럼 사라진 이름

나는 생각보다 잘 해내고 있었다.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21화. 점처럼 사라진 이름

새로운 계절,
회사는 어느새 또 신입사원들을 맞이했다.
이번에는 내가,
신입교육을 맡게 되었다.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성실함과 인내가 필요했고,
나는 생각보다 잘 해내고 있었다.

오전엔 OJT 회의,
점심은 부서원들과 간단히,
오후엔 업무 시뮬레이션과 보고서 교육.
하루는 순식간에 흘러갔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강의자료 준비.

눈 떠 있는 모든 시간이
회사로 가득했다.

누군가를 떠올릴 틈도 없이
머릿속엔 숫자, 문서, 보고서 마감일,
그리고 신입들의 질문만 가득했다.

문득, 어느 날 엘리베이터 거울 속
내 표정을 보다가 스쳤다.

“아… 나, 이제 선배를 안 떠올리는구나.”

어느 새였다.
그 사람의 이름도,
그 웃음도,
그 다정했던 손짓도
머릿속에서 점처럼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게 어른이 되는 건가.
아니면 무뎌지는 걸까.

그리움이 없진 않았다.
가끔은 선배가 내게 했던 조언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와
신입들에게 전달되곤 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익혀가요.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그 말을 하며
나도 모르게 선배의 말투를 따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선배는,
내 삶에서 사라진 듯 남아 있었고
남은 듯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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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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