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서적, 그 자리에 그대로

나는 한참을 그렇게 머물렀다.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22화. 종로서적, 그 자리에 그대로

마음이 허할 때면
어김없이 발길이 향하던 곳이 있었다.
종로.

무작정 걸어,
서점 앞에 도착해
선배와 자주 앉았던 구석 자리로 향한다.
무거운 책들 사이,
나는 한참을 그렇게 머물렀다.

책을 꺼내 들고,
몇 장을 넘기고
다시 제자리에 꽂고,
다시 또 다른 책을 꺼내고.

선배가 그랬듯,
책 표지 뒤의 출판일을 먼저 보고
"이건 새로 나왔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기도 한다.

예전엔 선배가 나를 향해
"이건 너한테 필요할 것 같아."
하며 건네주던 그 책들.

그땐 왜 그런 책을 줬는지 몰랐는데
지금은 안다.
그 속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던 거였다는 걸.

한참을 뒤적이다 문득,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
그 이름을 찾아보다
다시 조용히 화면을 끈다.

"잘 지내고 있겠지…"
말끝을 삼킨 채
책 한 권을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돌아가는 길,
찬 바람에 코끝이 시리다.
하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이젠 나도,
누군가에게 한 권의 책을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기억을 뀌메는 사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17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9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1화점처럼 사라진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