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지도 말자.
18화.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다
겨울이 끝나가던 어느 날,
나는 결심했다.
선배를 그냥, 과 선배로 대하자.
더 이상 마음을 흔들지 말자.
더 이상 기대하지도, 바라보지도 말자.
그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었다.
선배는 여전히 다정했지만,
예전처럼 매일 연락하지 않았고
먼저 다가오지도 않았다.
함께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서 마주쳐도
그저 "잘 지내지?" 하고 웃는,
익숙하지만 건조한 안부 인사로 마무리되곤 했다.
나는 그 다정한 거리감에 속지 않으려 애썼다.
“이젠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스스로 그렇게 되뇌며 하루를 버텼다.
그즈음,
다른 과의 후배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일부러 가까운 자리에 앉고,
늦은 시간 함께 하교하자고 말하고,
커피를 건네며 “누나, 요즘 많이 피곤해 보여요”라고 속삭이기도 했다.
주변 친구들은 “그 후배 너 좋아하는 거 다 티 나”라며 웃었지만,
나는 애써 웃기만 했다.
그 후배의 따뜻한 시선,
사소한 배려,
어쩌면 예전의 선배와 닮아 있는 모습이었지만…
나는 자꾸만 선배와 비교하고 있었다.
후배가 해주는 말들은 진심이었겠지만,
내 안의 기준은 자꾸만
선배의 말투, 선배의 표정, 선배의 눈빛을 떠올리게 했다.
"선배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텐데..."
"선배는 이런 식으로 웃지 않았지..."
"선배는 나한테 절대 그런 식으로 부담을 주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호의를 받을 자격이
내게 있는가조차 헷갈릴 만큼,
내 마음은 여전히 선배에게 묶여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주기 시작하면
그 사람 역시 언젠가
선배처럼 멀어질까 봐 겁이 났고,
또다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웠다.
선배는 고백한 적도 없고,
나도 받아준 적이 없었는데,
이별은 너무 길고, 너무 아팠다.
그 시절,
나는 혼자 감정을 정리하고,
혼자 상처받고,
혼자 놓아주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사랑은 꼭 연인이 되어야만 가능한 감정은 아니란 걸.
마음 깊이 한 사람을 품고,
그를 생각하며 시간을 지나온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이었다는 걸.
나는 그 사실을 깨달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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