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웃음 속의 균열
그날 종로에서의 모임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선배는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온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한층 더 여유로워 보였다.
말투도 느긋했고,
주변 사람을 챙기는 태도도 부드러웠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 선배… 어른이 되었구나.’
‘그리고, 더 이상… 나만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니구나.’
그 옆에 있던 여자는
선배보다 두세 살 어려 보였다.
예의도 있었고, 조심스럽지만
그녀가 선배에게 익숙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선배는 그녀에게 물을 따라주고,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웃었고,
그녀가 말할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다.
그게 바로…
내가 꿈꿨던 장면이었다.
그동안
말하지 않아도 다정했던,
알아채지 못한 순간의 친절들로 쌓인 시간들이
모두 허무하게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웃었다.
더 크게, 더 밝게.
다른 친구들이 “혜선아, 너 요즘 뭐 해?”라고 묻자
나는 일부러 활기차게 말했다.
“나? 일본어 수업도 하고 통역도 하면서 잘 지내지.
그 회사에서 아예 정규직 자리 하나 만들 거라는 얘기도 들었어.”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됐다. 네가 정말 열심히 했잖아.”
그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이상하게 멀게만 느껴졌다.
그날 밤,
나는 일부러 그녀 옆에 앉았고
내가 선배와 얼마나 오래 알고 지냈는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흘리듯 말해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고
선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우리 셋 사이엔 말할 수 없는 공기가 흘렀다.
밤이 깊어지고
술잔이 돌고
이야기들이 피어나는 사이,
나는
더 이상 선배를 볼 수 없었다.
그저 한 남자와,
그 남자를 떠나보내기 직전의
내가 함께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선배의 변화보다
내 마음의 무너짐이 더 크단 걸 알게 되었다.
웃으며 흘려보낸 시간,
그 안에 감춰진 나의 아픔.
그건 아무도 몰랐고,
선배조차 모르게
조용히 스며드는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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