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새시문을 여는 사람

마루 끝 단편추리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장르: 심리 미스터리 / 반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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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건물은 총 7 가구가 살고 있다.
주차장은 단 한 자리.
하지만 계약서를 쓴 것도, 매달 주차비를 내는 것도 나다.
그 주차장은 내 것이다. 분명히.

새시문을 열고 들어가 차를 대는 구조라, 누가 주차를 시도하면 알 수밖에 없다.
게다가 CCTV는 없다.
그래서 누구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첫 낌새는 7월 말, 어느 저녁이었다.
차를 대려는데 새시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바람 때문인가 싶었지만, 내 차 위엔 누군가 떨어뜨린 듯한 흙먼지가 얹혀 있었다.

“지나가다 뭐가 떨어졌나 보다.”

막내는 별일 아니라고 했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새시문은 항상 조금씩 열려 있었고,
차 유리엔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다.


8월 1일, 나는 CCTV 대신 휴대폰을 설치했다.
창고 안쪽 선반 위, 폐박스 틈 사이에 숨겨두고 촬영을 시작했다.
그날 밤 11시 48분, 누군가 조심스럽게 새시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화면이 흔들렸지만, 신발은 분명 보였다. 검은 슬리퍼.


놀랍게도 다음 날 아침, 주차장 앞에 익숙한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 “죄송해요. 잠깐만 쓰려했어요. 남편은 몰라요. 꼭 비밀로 해주세요.”



주인 언니였다.
2층에 살며 늘 웃는 얼굴로 마주하던 그 사람.
우편함 위에 올려두는 반찬, 마당 풀도 대신 뽑아주는 좋은 이웃.
그 언니가 새시문을 열고 내 주차장에 남편의 오토바이를 들여놨던 것이다.


나는 따로 묻지 않았다.
단지, 포스트잇만 떼어내고 그 자리에 이렇게 써놓았다.

> “사람 좋은 것도 한 번입니다.”



그리고 새시문에 자물쇠를 달았다.


그날 저녁, 이상하게 핸드폰이 사라졌다.
창고 안에서 영상을 찍던 그 핸드폰.
찾아도 안 보였다.

혹시나 싶어 백업된 클라우드 영상을 확인했다.

오후 4시 10분.
스튜디오에서 퇴근한 막내가 잠깐 들러 새시문을 연다.
그리고 5분 뒤, 주인 언니가 나타난다.
핸드폰이 놓인 방향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그것을 챙긴다.

영상을 끝까지 보니, 그녀는 휴대폰을 빌라 뒷마당 흙밭 속에 묻었다.


나는 다음 날 아무 말 없이
언니가 자주 가는 텃밭으로 가서 흙을 조용히 뒤졌다.
그리고 휴대폰을 찾았다.
진흙이 묻었지만, 꺼낼 수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CCTV가 설치되었다는 안내문을 붙였고
새시문에 잠금장치를 하나 더 추가했다.

언니는 그 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집 앞에 놓이던 반찬도 사라졌다.
그 웃음도, 인사도, 모두 사라졌다.


며칠 후, 다시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니는 한 달 전부터 매일 밤, 내 차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차 안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어떤 날은 조수석 서랍을 열고, 어떤 날은 트렁크의 장바구니를 살펴보고 있었다.

왜?
무엇을 찾았던 걸까?

혹시, 그날 내가 주운 ‘그 종이쪽지’ 때문일까?
며칠 전 주차장에서 발견했던, 이름 없는 편지 한 장.

> “지금은 말 못 해요. 하지만 당신만 믿어요.”



언니는 그 편지를 보고 무언가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착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새시문을 잠그고, 차에 올라탄다.
하지만 항상 마지막으로 트렁크를 확인한다.

혹시 누군가 들어가 있을까 봐.
누군가 숨은 진실을, 아직도 그 안에 두고 있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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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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