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단편추리 제5화
마루 끝 단편추리
장르: 일상 미스터리 / 심리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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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는 경찰에 넘겼고, 조사를 맡긴 상태예요.”
막내의 말은 담담했지만, 말끝마다 긴장감이 묻어났다.
그리고 그날 오후, 스튜디오를 찾았던 그 형—함께 창업을 한 인물—이 조심스레 나를 불렀다.
“이거, 꼭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형은 오래된 노트북을 켰다.
화면엔 오래된 채팅 로그가 뜨고 있었다.
사진 촬영과 관련된 대화들, 그리고 그 중간중간 이상한 문장이 섞여 있었다.
> “내 거 아님이라는 거, 누구도 모르게 처리 가능?”
“밤 3시에 들어갈 수 있어.”
“어차피 고장 났다고 해두면 돼.”
“... USB에 있던 영상, 사실 이 대화 내용 때문에 저도 의심하고 있었어요. 그날도 괜히 늦게까지 남아 있었던 건 아니에요.”
형은 USB가 쓰레기봉투에 들어간 이유를 이해하고 있었다.
누군가 ‘내부 제보자’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게 누군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혹시 의심 가는 사람 있어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조심스레 말했다.
“솔직히… 너희 막내가 너무 착해서 문제예요. 다 믿어버리잖아요.”
며칠 후,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USB의 영상 덕분에 실체가 드러난 범인은, 뜻밖에도 졸업작품을 맡겼던 의상학과 학생 중 한 명의 조부였다.
젊은이들의 창작 현장을 도와주겠다며 동행했고,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카메라 상태가 이상해서 대신 봐주겠다”라고 하며 DSLR의 메모리 카드와 부품 몇 개를 분리해 갔다.
그 USB를 몰래 녹화해 담은 사람은, 놀랍게도 막내의 팀원 중 한 여자 스탭이었다.
촬영 중 그 남자의 행동이 수상해 보여, 본인이 노트북을 CCTV에 연결해 녹화해 뒀던 것.
그걸 그대로 경찰에 넘기면 팀 전체가 흔들릴 것 같아, ‘엄마’가 발견할 거란 믿음 하나로 쓰레기봉투에 슬쩍 넣은 것이었다.
며칠 후, 그 여자 스탭과 나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사실… 저, 어릴 때부터 추리소설을 너무 좋아했어요. 그래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그냥 넘기질 못해요.”
나는 웃었다.
“나도, 아가사 크리스티로 자랐거든.”
그날, 커피잔 사이로 묘한 공감대가 흐르고 있었다.
막내는 이제 조금 더 현실적인 얼굴로 일을 한다.
“엄마, 이게 다 경험이네요.”
나는 오늘도 수박밭에서, 호박잎을 걷어가며, 복수박을 닮은 인생을 생각한다.
처음엔 거창했지만, 작고 단단하게 익어가는 그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럽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다음 이야기가 조용히 자라나고 있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단서는 늘 일상 속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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