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단편추리 ]
by 마루 끝에서
성수동 한 골목 지하 스튜디오.
조명이 꺼진 뒤, 고요가 돌아왔다.
그곳엔 쓰레기봉투 네 개가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막내는 스튜디오를 대관한 팀의 퇴장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다.
졸업작품을 찍는 학생들, 모델, 헤어팀까지 수십 명이 북적였던 촬영장.
"정리 다 했습니다!"라는 말만 믿고, 저녁 무렵엔 잠깐 스튜디오를 비웠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온 바닥에 남겨진 털, 음식물, 갈라진 메이크업 브러시, 그리고 문제의 쓰레기봉투 4개.
냄새는 섞여 있었고, 안은 뒤섞여 있었다.
그중 하나, 맨 아래 눌려 있던 검은 봉투가 이상했다.
묘하게 봉투의 입구가 묶여 있지 않았고, 내부가 찢어져 있었다.
엄마는 막내의 SOS 전화를 받고 스튜디오로 왔다.
그녀는 오자마자 봉투를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쓰다 남은 컵라면, 젖은 수건, 촬영 중 바닥에 붙였던 테이프.
하지만 마지막 봉투, 그 안엔 이상한 것이 있었다.
노트 한 권.
중간중간 찢긴 흔적이 있고, 피 묻은 손자국이 연하게 남아 있었다.
내용은 다소 불분명했지만, 페이지에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9.5 – 잊지 마.
13 – 목요일. 망설이지 마.
4.2 – 널 믿지 않아.
엄마는 직감적으로 불길함을 느꼈다.
"이건... 누가 일부러 두고 간 거야."
그 순간, 스튜디오 문이 삐걱 열렸다.
막내는 문 쪽으로 향하며 “형이다!”라고 소리쳤지만,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복도 바닥에 놓인 건... 카메라 메모리카드 하나.
검은색 테이프에 삭제하지 마세요 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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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막내는 해당 메모리카드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촬영된 영상은 졸업작품 촬영과 무관한 시간, 무관한 인물.
스튜디오 구석, 누군가 휴대폰을 들고 통화 중이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입모양이 확실하다.
"다 처리됐어. 걱정 마. 쓰레기봉투에 넣었어."
그리고 다시 조명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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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경찰서에 해당 영상과 노트를 제출했다.
며칠 후, 경찰은 스튜디오에 왔다.
노트와 영상의 내용은 모 실종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고 했다.
그들이 두고 간 말은 짧았다.
“당신 아들, 덕분에 누군가 찾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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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막내는 조용히 스튜디오 벽 한 귀퉁이에 카메라 하나를 더 설치했다.
"어떤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쓰레기봉투 4개는 모두 버려졌지만, 그 안의 하나는 누군가를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엄마는 생각했다.
이 세상에 아무 의미 없이 남겨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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