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단편추리 제4화
마루 끝 단편추리 〈제4화: 사라진 파일과 네 개의 봉투〉
장르: 일상 미스터리 / 심리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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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한데 매장 좀 같이 정리해 줄 수 있어요?”
막내의 전화는 항상 “미안한데”로 시작된다. 성수동 지하 스튜디오, 20대 청년이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버티기엔 공기조차 묵직한 공간. 나는 그 전화에 익숙하게 응했다. “응, 대기하고 있었어.”
일요일 오전. 스튜디오엔 묘한 냄새가 났다. 조명과 사람, 그리고 긴장이 배어 있는 공기.
벽에 기대진 반사판, 한쪽 구석에 덩그러니 쌓인 네 개의 쓰레기봉투, 그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틀 동안 졸업 작품 찍었어요. 미용 스텝만 7명, 디자이너들, 모델들까지… 거의 30명 왔다 갔어요.”
막내는 카메라 셔터를 겨눌 때보다 정리할 때 더 피곤해 보였다.
나는 조용히 봉투 하나를 열었다. 그 안에는 버려진 식음료 쓰레기와 사용한 헤어 제품, 찍다 남은 메이크업 시트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네 번째 봉투.
정리하는 내 손끝이 뭔가 단단한 걸 느꼈다. 꺼내 보니 USB였다.
검은색, 이름표도 없고 테이프도 없는, 아주 흔한 형태.
나는 조용히 아이에게 보여줬다.
“이거 누가 두고 간 걸까?”
막내는 의외로 표정을 굳혔다. “모르겠는데요… 어쩌면… 2차 팀 쪽?”
집에 돌아와, 나는 USB를 노트북에 꽂았다.
들어있는 폴더 이름은 “내 거 아님.”
클릭하자, 영상 하나가 떴다.
스튜디오 내에 설치된 고정 CCTV 각도.
그리고 그 화면 속엔 새벽 3시, 한 사람이 홀로 촬영 장비를 만지작거리다 조명을 들고나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촬영에 참여했던 팀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영상은 약 6분가량.
그 인물은 어디선가 키를 꺼내 스튜디오를 자유롭게 드나들었고, DSLR 본체를 열어 메모리카드를 빼 가는 듯한 동작도 보였다.
왜 이런 걸 USB에 담아 쓰레기봉투에 넣어놨을까?
자백? 협박? 실수?
나는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잃어버린 장비 있어?”
막내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 DSLR 서브카메라 하나… 그런데 고장 난 거라… 일단 넘겼어요.”
나는 곧장 생각을 정리했다.
1. 누군가 촬영 당일 외부인처럼 행동했다.
2. CCTV에 찍힌 건 아마 내부 인물 중 누군가가 의심한 흔적이다.
3. 그걸 몰래 촬영해 USB에 담은 뒤, 일부러 쓰레기봉투 속에 숨긴 것이다.
“누군가 내부 제보자처럼, 누군가를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나는 작게 중얼였다.
며칠 뒤, 막내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엄마… 그 USB 말인데요. 팀장한테 보여줬더니, 바로 경찰서에 가재요. 알고 보니, 작년에 그 팀 카메라가 분실된 적도 있었대요. 같은 수법이라고…”
그리고 얼마 후.
막내의 스튜디오는 **‘내부 정비 기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3일간 닫혔다.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그 쓰레기봉투 네 개는 단순한 정리의 흔적이 아니었다.
어쩌면 스튜디오라는 공간은 셔터가 닫힌 순간부터, 다른 추리의 무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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