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사진 속 단편추리

마루 끝 단편추리

마루 끝 단편추리.

장르: 단편 추리 / 심리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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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조심스레 내민 사진 한 장.
사진 속에는 네 명의 인물이 있었다.
단체촬영이 끝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찍힌 그 장면은 언뜻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중 한 사람의 시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모두가 카메라를 향하고 있는데,
단 한 사람, 오른쪽 끝에 앉은 여성만이 고개를 아주 살짝 틀고
사진 바깥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눈빛은 어딘가 어둡고,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지만 웃고 있지 않았다.

그 배경 뒤로, 새시문과
누군가 막 나가고 있는 흐릿한 실루엣이 찍혀 있었다.

“이건 언제 찍은 거야?”

“지난주 목요일, 스튜디오에서.
이 팀은 의상학과 졸업 작품 촬영이었어.
근데… 이 여성, 이상하지 않아?”

그는 노트북을 켜고, 몇 초 전과 몇 초 후의 연속 사진을 보여줬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사진마다 다른 사람을 보고 있었다.

한 장은 카메라,
한 장은 좌측의 동료,
한 장은 천장을,
그리고 마지막 장은… 스튜디오 뒷문을.

“이 사람… 뭔가 찾고 있었던 것 같지 않니?”


사진 속 그 여성은 마지막 촬영이 끝난 뒤,
혼자 남아 스튜디오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화장실에 들어가 20분 넘게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고 난 뒤,
스튜디오 뒷문 옆 의자 밑에서 종이 한 장이 발견됐다.

[주인을 찾습니다]

그 아래엔 날짜도, 이름도 없었다.

의문의 편지 이후, 두 번째 종이였다.


“엄마, 혹시 우리 스튜디오가… 감시당하고 있는 걸까?”

“왜 그렇게 생각해?”

“어떤 손님은 한 시간 넘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또 어떤 사람은 내 차를 몇 바퀴나 돌더니
아무 말 없이 그냥 사라졌어.”

“사진 속 그 여자도 뭔가 찾고 있었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튜디오라는 공간은 늘 열려 있고,
카메라 뒤에 숨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찍히지만
때로는 찍힌 것보다 찍히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다음 날 새벽.
나는 또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새시문을 여는 내 손이 차갑게 떨리고 있었다.
무슨 예감일까.

트렁크를 열자,
한 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막내가 찍은 그 사진.
사진 뒤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그 사람이 다시 온다면,
말하지 말고, 그저 이 자리에 없도록 해주세요.”



글씨체는 처음 편지와 같았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그 사진 속 여성은 편지의 주인공을 ‘찾는 쪽’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편지의 주인공을 '숨겨주는 중'이었다.


며칠 뒤,
주인 언니가 수박을 가져다주겠다며 내 집 초인종을 눌렀다.
잠깐의 침묵 끝에 그녀가 조심스레 말했다.

“너한텐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뭔데?”

“그날 사진 속 여자가…
우리 동생을 찾고 있던 사람이야.”

나는 침을 삼켰다.

“어떻게 알았어?”

“내 동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에 있었어.
‘그 여자의 귀걸이를 조심해.
그건 그녀의 신호야.’”

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사진 속 그 여성의 귀에 달린 귀걸이는,
스튜디오에 남겨진 첫 번째 편지 뒷면에 그려진 기호와 같은 모양이었다.


언니는 조용히 말했다.
“넌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줘.
그리고 혹시라도 누가 이걸 물으면…
그저 모른다고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다시 트렁크에 넣었다.
새시문을 천천히 닫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편지를 남기고 떠났던 그 사람.
지금 어디쯤, 누굴 믿고 숨고 있을까.

그리고 언젠가 또 한 장의 사진이 남겨진다면,
나는 그 안의 표정을 읽을 수 있을까.

**

세상엔 진실보다 더 많은
“찍히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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