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단편추리
믿는다는 말의 무게
장르: 심리 미스터리 / 반전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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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새시문을 닫으며, 나는 또다시 트렁크를 확인했다.
비어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비지 않았다.
며칠 전, 내 차 트렁크 안에 꽂혀 있던 편지 한 장.
펜으로 꾹꾹 눌러쓴 듯한 글씨.
> “지금은 말 못 해요. 하지만 당신만 믿어요.”
도대체 누구의, 누구를 향한 편지였을까?
그날 이후, 나는 주변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낮에는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밤에는 집으로 돌아와 주차장 CCTV와 차 안을 다시 확인했다.
누가, 왜, 무엇을 숨기려 했던 걸까.
8월 4일 오후.
막내는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힘없이 돌아왔다.
"엄마, 오늘은 조금 무서운 일이 있었어."
"왜?"
"오후쯤에 손님 중 한 명이 이상하게 스튜디오 뒷문을 자꾸 쳐다봤어.
사진도 다 찍고, 일행은 다 나갔는데… 그 사람 혼자 안 나가고 계속 머물러 있는 거야."
"그래서?"
"근데 그 사람이 가방을 두고 간 거야.
열어보진 않았는데… 그냥 느낌이 이상했어."
그날 밤, 나는 몰래 스튜디오 CCTV를 확인했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오후 3시 24분,
그 사람이 뒷문을 확인한 직후,
내 차가 주차된 새시문 쪽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왜?
나는 갑자기 8월 1일에 받았던 그 편지가
나를 향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주인 언니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혹시 누가 우리 주차장이나 스튜디오 근처에서 이상한 사람 못 보셨어요?"
그녀는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나는 못 봤어. 근데… 그날, 너희 차 옆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긴 했어."
"언제요?"
"8월 1일. 그날 밤이었나, 누가 '믿는다'라고 중얼거리는 소리?"
나는 숨이 턱 막혔다.
그건 편지 내용과 같다.
혹시,
그 편지는 우리 막내에게 온 게 아닐까.
막내는 사진을 찍지만, 사진 이상으로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그가 찍은 한 장의 사진 속,
한 여자가 비정상적으로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손은 의자 아래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 사진의 배경에 우리 집 주차장이 살짝 비쳐 있었다.
나는 문득, 주인 언니가 그 사진을 흘끔흘끔 보고 있었던 걸 떠올렸다.
진실은 이렇게 이어졌다.
그 편지는,
주인 언니의 동생이 누군가에게 몰래 남긴 메시지였다.
과거에 잠시 이 건물에 숨어 살며,
어떤 위험한 사람으로부터 도망치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언니의 도움을 받아
내 차에, 종종 숨어 지냈던 것이다.
그러다 누군가 그 차를 찾기 시작했고,
편지를 남기고 떠났다.
언니는 그 편지를 찾으려
밤마다 새시문을 열고, 트렁크를 확인하고,
심지어 핸드폰까지 숨겼던 것이다.
막내가 찍은 사진 속 ‘그 여자’는
그날 마지막 촬영 손님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엔 주인 언니와 똑같은 반지가 있었다.
언니는 다시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사람은 누구나… 지키고 싶은 비밀이 있어."
나는 조용히 물었다.
"그 사람, 다시 돌아올까요?"
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마당을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땐… 다시 내 차에 숨으라고 할 거야."
나는 지금도 새시문을 닫을 때마다
그 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까 봐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번엔 두렵지 않다.
왜냐면, 그 말의 무게를 알게 되었으니까.
> "지금은 말 못 해요. 하지만 당신만 믿어요."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걸,
나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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