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정숙이네집과 따뜻한 방
현미네 옆집은 정숙이네 집이었다.
정숙이는 상숙이처럼 막내딸이고, 오빠 둘과 언니 둘이 있었다.
늦둥이인가 싶을 만큼 막내였다.
정숙이네 집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정숙이, 그리고 오빠들까지.
언니들은 외지에서 직장생활을 했는지,
명절 때만 집에 오곤 했다.
정숙이의 방은 참 따뜻했다.
그리고 예쁜 옷들이 있었다.
외지에 갔던 언니들이 정숙이를 위해 자주 예쁜 옷을 사다 주었다.
나는 정숙이를 보며 나도 크면 엄마에게 예쁜 옷을 꼭 사다 주는 딸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정숙이 할머니는 우리와 참 잘 어울려 주셨다.
옛날이야기보따리를 그 따뜻했던 방 안에서 듣고 있으면,
세상이 느려지고 참으로 재미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호랑이 이야기.
지금 생각하면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보따리였는데,
할머니는 그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양 들려주셨다.
정숙이는 참 야무진 아이였다.
나와 네 살이나 차이가 났지만,
뒷배가 있어서인지 언제나 나와 상숙이와 게임을 할 때면
이기려 애썼다.
키 차이가 났음에도 절대 지지 않으려 했다.
지면 쪼르르 할머니께 달려가 할머니를 데리고 왔다.
할머니는 언제나 무슨 일이건 정숙이 편이었다.
정숙이가 억울해하면 또 맛깔나게 우리에게 심한 욕도 퍼부으셨다.
나는 할머니가 없는 억울함과 할머니가 우리 가족과 멀리 사시는 서운함이 엄청 컸다.
우리 할머니는 정말 고우시고 고결하고 아름다우셨지만,
우리 집에는 거의 오지 않으셨다.
우리 동네에 와도 아빠의 외삼촌 댁에 머무셨다.
그 집안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우리는 할머니 품을 몇 년에 한 번,
할머니 댁에 가서야 겨우 할머니 곁에 있을 수 있었다.
아빠는 일 년에 한두 번 할머니 댁을 다녀오셨고,
가끔 나도 함께 간 기억이 있다.
우리 넷은 동네에서 여자 아이들만의 놀이를 남동생들과 함께 잘 놀았다.
솥꼽놀이는 동네에서 안 쓰는 물건들로 가득한 우리만의 아지트에 차곡차곡 모아놓았다.
앞산 비탈진 곳에는 우리가 직접 지은 작은 창고도 있었다.
《5화 – 펌프 물과 작은 시소》
“물 한 바가지 붓고,
쾅쾅! 펌프 손잡이를 힘껏 눌렀죠.
그 순간, 땅속에서 물이 솟구쳐 나왔어요.”
우물이 막힌 뒤, 마당에 들어선 새 펌프는
그 자체로 마법이었고,
어느 날부턴 가는 내게 가장 신나는 놀이기구가 되었죠.
펌프 손잡이에 올라타
몸을 실어 들었다, 내렸다—
그건 작은 시소였고,
온 식구가 물통을 들고 모여들던
가난하지만 정겨운 풍경이었어요.
바가지 한 가득의 추억,
그리고 물보다 더 반가웠던 어린 날의 작은 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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