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소풍 가는 날
《소풍 가는 날》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7화
소풍을 간단다.
그 말 한마디에 가슴이 두근거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처음 가는 소풍.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으로 설레며 기다린 큰 일이었다.
엄마는 전날 밤부터
마루 한쪽에 김밥 재료를 정갈하게 펼쳐두셨다.
도시락은 엄마가 싸 주신단다.
나는 썰기 전 김밥 한 줄을 집어 들고
참기름 향이 가득한 따뜻한 밥을
감동하듯 꼭꼭 씹었다.
그것만으로도 소풍의 반은 시작된 것 같았다.
아침.
흰 블라우스에 검정 치마.
고무신 대신 언니가 신던
하얀 끈 달린 운동화를 신은 나.
거울도 잘 보지 않던 내가
오늘은 몇 번이나
옷매무새를 만져보았다.
학교에 도착하니
평소보다 분주하고 들뜬 분위기.
선생님들은 똑같은 흰 모자를 쓰셨고
아이들 역시 평소보다 훨씬 깔끔하고 예뻐 보였다.
드디어 줄을 맞춰 출발한 소풍길.
한 시간 남짓 걷고 또 걸어
마침내 도착한 곳은
바로 우리 동네 야산 건너편 호숫가 근처였다.
미선이네 마을 끝,
그 언덕 너머엔 바다를 막아 만든
넓고 평평한 호수가 있었는데
그곳이 오늘의 소풍 장소였다.
놀랍게도
학교에서도 이곳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내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마치 우리 동네가 특별하게 여겨진 것 같아서.
다리가 아플 무렵,
멀리서 엄마가 동생들과 함께
돗자리를 펴고 우리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다.
엄마가 보인다.
그 순간,
피곤도 아픔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
엄마가 챙겨주신 과자와 사이다,
그리고 작은 손수건에 싸인 사랑이
그날의 햇살보다 더 눈부셨다.
그날은,
세상이 내게 선물한
첫 번째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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