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밤이 되면 열리는 문

마루 끝 추리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22화. 밤이 되면 열리는 문

지하 스튜디오의 공기는 낮보다 밤에 더 두터워졌다. 연주는 아무도 없는 시간을 골라 그곳에 다시 내려갔다. 열쇠를 꽂고 조심스레 문을 열면, 눅눅한 먼지 냄새가 가만히 허공에서 피어올랐다.

그날 이후, 연주는 반복해서 그 공간에 들락거렸다.

아버지가 생전에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던 말들.
“이런 데서 사람은 썩는 거야…”
“절대 버리지 마. 이건 너한테 다 필요할 거야.”

그 말들이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연주의 머릿속에서 이따금 스파크처럼 번졌다.

기계식 주차장 뒤편, 거의 닫혀 있다시피 한 녹슨 철문은 밤이 되면 미세하게 벌어져 있었다. 낮에는 움직이지 않던 문이, 밤이면 기척도 없이 조금씩 열린다는 걸 연주는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문 너머에는 아버지가 남긴 오래된 캐비닛이 있었다.

온갖 잡동사니가 담긴 그곳, 마치 오래전 아버지의 기억이 봉인된 공간처럼 느껴졌다. 녹슨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열어보니, 켜켜이 쌓인 서류들 사이에 낡은 일기장이 하나 있었다.

검은 실로 묶인 그것.
연주는 숨을 고르고, 그 실을 풀었다.

“1987년 6월.
나는 결국 그 집을 나왔다.
그 사람의 비밀이, 내 삶까지 잠식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연주는 일기장 첫 장에서 아버지의 또 다른 이름을 보았다.
‘김현도.’

그 순간, 연주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버지는 연주의 아버지이기 전에, 다른 인물이었다.
그가 숨기고 싶었던 이름, 지우고 싶었던 과거.

그날 밤 연주는 그 일기장을 안고,
어둠 속에서 천천히 올라왔다.

마루 끝에 서서,
아버지가 평생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의 문을
스스로 열어젖히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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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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