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추리
멈춘 주차장, 고장 난 시간
스튜디오로 내려가는 계단엔 먼지가 자박자박 내려앉아 있었다. 누가 이곳에 다녀간 흔적은 없었다. 아니, 없어야 했다.
나는 잠긴 문을 여는 손에 힘을 주었다. 한 번, 두 번, 키가 헛돌다 ‘딱’ 하고 걸리는 느낌과 함께 문이 열렸다. 지하의 스튜디오는 어두웠다. 전등 스위치를 켜자 천장 모서리마다 파리한 불빛이 떨며 깜빡였다.
스튜디오 뒤편, 오래된 미닫이 철문 너머엔 기계식 주차장으로 통하는 공간이 있었다. 말만 기계식 주차장이었지, 십여 년 넘게 작동을 멈춘 그곳은 일종의 방치된 수장고 같았다.
거기엔 우리가 예전 촬영 때 쓰고 버린 의상들, 고장 난 조명기구, 어디서 났는지도 모를 녹슨 철제 사다리, 스티로폼 조각들, 깨진 거울, 누군가의 낙서로 가득한 합판 벽면, 그리고——이름 모를 철제 상자 하나.
나는 그 상자를 다시 떠올렸다.
며칠 전, 지하에서 작업하다 다친 동생이, 저 상자에 발을 찧고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던 그 상자.
하지만 그날 밤 나는 분명 누군가 이 스튜디오에 다녀갔다고 느꼈다. 흙 묻은 운동화 자국, 분명히 내 것이 아닌 지문, 그리고 낯선 향수 냄새.
상자 앞에 섰을 때,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쇠붙이 특유의 눅눅한 냄새와 함께, 무언가 눌려 있던 기억이 솟아오르듯 기분이 나빠졌다. 상자 뚜껑은 살짝 열려 있었다. 그 안엔… 낡은 사진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 사진들 중 하나엔, 내가 본 적 없는, 하지만 어딘가 낯익은 얼굴이 찍혀 있었다.
스튜디오 창립 초기, 공동대표였던 사람의 이름이 갑자기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몇 년 전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졌고, 그에 대한 기록도 다 지워졌었다. 그런데 왜… 그의 사진이 여기 있을까?
나는 사진을 하나씩 넘기다 이상한 장면을 발견했다. 스튜디오 안에서 찍힌 오래된 흑백 사진.
내가 그 공간을 알지 못했더라면, 단순한 기억의 조각쯤으로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진 속 조명 각도와 배경 구석엔, 현재 스튜디오에 존재하지 않는 구조물이 있었다.
없어진 것일까, 아니면 내가 모른 것일까.
혹시, 누군가 그때 그 구조물을 숨긴 건 아닐까. 아니면… 없던 걸 만든 것일까?
나는 천천히 사진을 정리하고 상자를 닫았다.
그 순간, 지하 환풍구에서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누군가 스튜디오 출입문을 연 것처럼.
나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스튜디오에, 나 말고 또 누군가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지금도,
이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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