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그날 밤, 울던 강아지

마루 끝 추리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그날 밤, 울던 강아지

“강아지가 왜 그렇게 짖었을까?”

마을회관 평상 위에 앉은 큰어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골 마을의 저녁은 늦여름 해거름과 함께 조금씩 깊어지고 있었다. 해가 기울면 어김없이 모여드는 어르신들은 제각기 비닐바지와 반팔 셔츠 차림으로, 팔짱을 끼거나 마른 입술에 혀를 축이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그날 밤, 도깨비불 본 사람이 너뿐이 아니라더라.”

큰어머니 말에 옆에 있던 금순 할머니가 목소리를 낮췄다.
“누구 또 봤어요?”
내가 물으니, 금순 할머니는 마른 손바닥으로 무릎을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안 봤으면 말도 안 한다. 근데 말이다. 너 그날 저녁 그 큰 소나무 옆 논길로 오지 않았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거기 지나서 집으로 돌아왔죠.”

“그 소나무 말이여. 옛날에 거기서 동네 개 한 마리가 밧줄에 묶인 채 죽어 있었다. 정월 대보름 지나고 바로였지. 근데 그다음부터 그 길로 지나가면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단 말이여. 사람이 없어도.”

큰어머니가 ‘쯧쯧’ 혀를 찼다.
“그럼 요 며칠 강아지들이 밤마다 짖은 것도 그 때문이란 말이야?”

“몰라. 근데 그날 너희 집 개도 갑자기 짖었잖아. 마루 밑에 있던 복실이 말여.”

나는 가만히 숨을 삼켰다.
그날 밤 복실이는 마루 밑에서 이빨을 드러내며 짖었다. 평소엔 얌전하게 꼬리나 흔드는 녀석인데, 그날만은 유난히 등털을 세우고 어둠을 향해 으르렁거렸었다.

“마을 사람 중에 그 논길 옆 소나무 밑에 그날 밤 가서 흙을 파본 사람도 있었단다.”

“왜요?”
내가 묻자, 금순 할머니는 목소리를 낮췄다.
“무언가 묻혀 있을지도 몰라 서지.”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큰어머니가 거들었다.
“그 소나무 옆 논두렁 밑은 옛날에 공동무덤이 있었던 자리여. 일제 때 죽은 인부들, 길 닦던 사람들 말이야. 천도재도 못 지내고 그냥… 파묻었다지.”

나는 입을 다물었다.
복실이의 짖음, 도깨비불, 논길 옆의 오래된 소나무, 그리고 누군가가 밤에 흙을 파고 있었다는 이야기. 마루 끝 추리는 또 하나의 수수께끼 앞에 다다르고 있었다.

“근데 말이야, 미순아.”
큰어머니가 나를 바라보며 슬며시 웃었다.
“그런 이야기 듣고도 아직도 밤에 논길로 다니겠다는 겨?”

나는 어깨를 움찔하며 웃었다.
“아뇨, 이제는… 대낮에도 무서울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어르신들 모두 한바탕 웃었다. 하지만 웃음 끝엔 묘한 침묵이 흘렀다. 아마도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날 밤, 복실이가 짖은 이유. 마을 강아지들이 밤마다 웅크리고 떠는 이유. 그리고 도깨비불이 나타났던 논두렁.

이 마을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추리가 많다.
마루 끝에 앉아 있으면, 그 모든 비밀이 바람처럼 스며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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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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