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마을 어르신들은 다 알고 있었다

마루 끝 추리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마을 어르신들은 다 알고 있었다

마루 끝에 앉아 있노라면 온 마을의 소문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마을회관 앞 느티나무 아래 모인 어르신들의 수다는 늘 장단이 있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누군가가 이장네 집 앞에 새벽같이 다녀갔다며, 흙 묻은 고무신 자국까지 자세히 아는 어르신들이 한참을 웅성거렸다.

나는 얼른 마당에 고무신을 신어 신고 그쪽으로 향했다. 멀리서 보아도 회관 앞 평상이 꽉 찬 것이 보였다. 그 가운데에는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찌개 끓는 소리처럼 부글부글 피어올랐다. 조용히 다가가 평상 한쪽 끝에 앉자,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 속엔 그날 잃어버린 소 이야기도, 사라진 콩자로 이야기까지 전부 다 들어 있었다.

"그게 말이지, 그날 밤에 하늘로 간 게 소만이 아니었어."

최할머니의 목소리가 유난히 또렷했다. 나는 입을 다문 채 귀를 쫑긋 세웠다.

"소도 소지만, 이 마을엔 옛날부터 묘한 일들이 많았잖소. 그 해 질 무렵 마을 뒤 숲에서 들려오는 방울 소리 말여. 아무도 안 다니는 그 길에서 밤마다 짤랑짤랑하던 그 소리, 기억 안 나?"

“그거야 개울 건너 할아버지 무덤 가는 길에서 들린다는 그거?”

“그려. 난 그 길로 해 질 무렵엔 절대 안 다녀. 그런데 말이여, 소가 사라진 그 밤 이후로 그 소리도 뚝 끊겼어.”

“혹시… 소가 거길 지나간 건 아니겠지?”

“어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여. 소가 뭘 안다고…”

어르신들의 말은 농담처럼 흘렀지만, 그 속엔 오래 묵은 전설 같은 게 숨겨져 있었다.

나는 문득 떠올랐다. 그날 밤, 마당 끝에서 본 커다란 그림자. 소처럼 보였지만 뿔이 없었고, 네 다리로 걷는 듯했지만 날렵하게 돌담을 넘었다. 내가 놀라 할머니께 말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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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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