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길 위의 연습
47화. 세상과 나 사이
소제목: 울퉁불퉁 길 위의 연습
필명: 기억을 꿰매는 사람 황미순
우리 집은 언덕 아래 있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려면
먼저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올라가야 했다.
그 언덕 위엔
버스정류장이 있었고,
버스정류장에서 학교까지 이어진 길은
그나마 고른 흙길이었다.
하지만 그 언덕,
어린 내게는 참 버겁고 헉헉거리는 거리였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기에는 너무 힘들었고,
결국 나는 아빠의 큰 자전거를
우리 집과 현미네 마당 사이에서만 몰래 연습하곤 했다.
그 길은 울퉁불퉁했다.
바퀴가 푹 꺼졌다가 들썩였고,
진흙이 말라 금이 간 땅은
타이어를 휘청이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그 길을
수십 번도 넘게 오르락내리락하며
몸의 균형을 익히고,
겁을 조금씩 이겨내며
자전거에 익숙해졌다.
그때는
세상의 길이 다 그렇게 흙먼지 풀풀 날리고, 울퉁불퉁한 줄만 알았다.
콘크리트도, 자전거 도로도 없던 시절.
우리는 다 그렇게
흙길 위에서 넘어지고 일어서고,
달리다가 멈추고,
또다시 힘껏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가끔,
아빠가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되는 날이면
나는 아빠 자전거를 몰래 타고
버스정류장에서부터 학교까지의 길을
씽- 하니 달려보기도 했다.
그 짧은 거리.
바람을 맞으며 혼자 달리던 그 시간만큼은
마치 내가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여행자처럼 느껴졌다.
나만의 작은 자유.
그때의 그 자유를
나는 지금도 종종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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