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세상과 나 사이

모르는 척해줘서 고마운 친구들

48화. 세상과 나 사이

소제목: 모르는 척해줘서 고마운 친구들
필명: 기억을 꿰매는 사람 황미순

새로 전학 온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내게 조금은 특별한 의미였다.

그 아이들은
내가 저학년 때 겪었던 굴욕을 모른다.
그래서 그들과의 만남은
새로운 나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 같았다.

나는
말수 적고 소심한 편이었지만
책을 좋아했고, 상상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며
나만의 세계를 꽤 단단히 지켜가던 아이였다.

그런 내가
6학년이 되면서 만난 전학생 친구들.
우리 마을을 지나,
더 먼 마을에서 오는 여자아이들과
하굣길을 함께 걷고
운동장에서 함께 뛰어놀며
나는 어느새 조금씩 감춰뒀던 내 안의 아픔들을 덮어가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내가 어릴 적 운동회에서 넘어졌던 일도,
답을 못 외워 교탁 앞에 섰던 날도,
눈물 참느라 입술을 꼭 깨물던 순간들도
모르니까.

그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모른 척이 아니라,
정말 ‘모른다’는 사실이
그 시절 나에겐 큰 위로였다.

6학년,
사춘기의 시작점.
나는 예민했고,
누군가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그 시기에
새로 생긴 친구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엄마들이 해주는 간식을 나눠 먹고
공책을 같이 꾸미며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열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마음이 열릴 수 있구나."

그 아이들은
나의 아픔을 몰라서 고마웠고,
그럼에도 날 좋아해 줘서 더 고마운 존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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