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세상과 나 사이

아빠의 손, 내가 처음 달린 날 필명

46화. 세상과 나 사이

소제목: 아빠의 손, 내가 처음 달린 날
필명: 기억을 꿰매는 사람 황미순

아빠는
가끔 나를 자전거에 태워 마을 이곳저곳을 달리셨다.

그때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아빠의 커다란 등과
펼쳐진 시골 풍경은
내게 세상을 여행하는 기분을 선물해주곤 했다.

어느 날,
아빠는 말없이 자전거를 세우고는
내게 타보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 탈래… 무서워…”
겁이 많았던 나는
넘어질까 봐, 다칠까 봐
자전거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때 아빠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건 꼭 배워야 해. 네가 생각보다 잘 탈 거야.”

아빠는 나를
자전거 앞자리에 앉히고,
뒷자리에 서서 손으로 나를 살짝 잡아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덜컥 겁이 나서
“아빠, 손 놓지 마!”
소리쳤고
아빠는 “응, 안 놨어. 걱정 마.”
하고 대답하셨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바람을 가르며 혼자 달리고 있었다.

나는 몰랐다.
아빠가 이미 손을 놓으셨다는 걸.

나는 길 끝까지,
단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혼자서 달려버렸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땐
조금 놀랐고,
조금 기뻤고,
조금 울컥했다.

아빠는 뒤에서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웃고 계셨다.

그날,
나는 자전거를 배운 게 아니라
‘믿음’을 배운 것이었다.

누군가 나를
믿고 손을 놓아주었기에
나는 달릴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으니까.

지금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말한다.

“너, 그때도 잘 해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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