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세상과 나 사이

두 시간의 길 위에서

45화. 세상과 나 사이

소제목: 두 시간의 길 위에서
필명: 기억을 꿰매는 사람 황미순

국민학교 시절,
학교를 다녀오기까지는 왕복 두 시간이 걸렸다.

시골 마을에선 그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고
아무도 그게 멀다고,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대단했던 일이다.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해가 질 무렵까지 그 긴 길을
매일같이 걸어 다녔다는 건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릴 때 가장 기특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 길은 단순한 통학로가 아니었다.
그 속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논두렁 사이로 펼쳐진 풍경,
어디선가 풍겨오는 된장찌개 냄새,
학교 끝나고 짧게 들렀던 친구네 마당,
간혹 멀찍이 따라오던 강아지 한 마리.

그리고 가끔은
그 길 위에서 눈물을 참은 날도 있었고
때론 기분 좋은 웃음이 터졌던 날도 있었다.

나는 늘
가방 한쪽에 책들을 가득 채우고,
또 다른 한쪽엔
엄마가 챙겨준 먹을거리를 넣어 다녔다.

엄마는 농사일로 늘 바빴지만
집엔 항상 먹을 게 풍성했다.
찐 고구마, 감자, 군땅콩,
때론 마당에서 따온 배 한쪽도 있었다.

그 간식들은
점심시간을 버티게 해주기도 했고
걷다가 배고플 때 꺼내 먹는 작은 기쁨이었다.

그런데도
참 신기하게도
전혀 살이 찌지 않았다.

아마도
걷고, 뛰고, 웃고,
또 걷고, 또 웃던 날들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그 길을 떠올릴 때면
그 시절의 내가 참 귀엽고 대견하게 느껴진다.

무엇 하나 불평하지 않았고
늘 무언가에 빠져 있었고
세상의 중심이 꼭 ‘학교’에 있는 것처럼 살아갔던 나.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를 자주 떠올리며
속으로 말하곤 한다.

"미순아, 참 기특했어."

그리고 그 길 위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단단한 뿌리였다는 것도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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