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자리의 존재감
44화. 세상과 나 사이
소제목: 없는 자리의 존재감
필명: 기억을 꿰매는 사람 황미순
그해 겨울,
차가운 바람이 창문 틈으로 들어오던 어느 날부터
현철이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 하루, 이틀은
‘또 무슨 일이 있나 보다’ 싶었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체육 시간, 급식 시간, 아침 조회까지
그 아이의 빈자리가 계속되자
교실 전체가 조금씩 달라졌다.
아이들은 괜히 더 시끄럽게 떠들었고
일부는 그 자리를 메우려
억지로 반장 흉내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현철이만큼의 무게감은 갖지 못했다.
현철이의 부재는
더 이상 ‘그 아이가 없다’는 말로만 설명되지 않았다.
그건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한 기분.
분명 모든 게 그대로인데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고,
일상의 규칙들이 살짝 어긋난 느낌이었다.
친구들도
다들 조용히 그 자리를 의식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현철이에 대해 크게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 아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그랬다.
정말 너무, 너무
궁금했다.
어디 아픈 건지
혹시…
더 안 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머릿속은 수많은 상상으로 가득 찼지만
나는 그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다.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에게 "현철이 어디 갔대?" 하고
툭 꺼내 묻는 게
왜 그리 어려웠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쑥스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시절의 나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게
너무나 서툰 아이였다.
더구나,
그게 현철이였다면 더더욱.
그 아이는 내게
늘 어렵고,
어딘가 단단하고,
가까이 가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겨울 내내 나는
늘 문득문득 그 아이를 떠올렸다.
‘지금 뭐 하고 있을까’
‘혼자 있는 걸까’
‘춥지는 않을까’
그렇게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어린 나를 더 조용하게 만들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도
그걸 감추려 애쓰는 마음.
그건 어쩌면
처음으로 느껴본
진짜 사춘기의 감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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