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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갯벌에서 돌아온 날

《갯벌에서 돌아온 날》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11화


해가 막 기울 무렵,

동네 어른들이 줄줄이

빈 고무통과 호미를 들고

집을 나서셨다.


"오늘은 맛이랑 조개 좀 잡아오지!"

누군가 말하면,

다른 이도 손을 허리에 얹고

"어제 물 빠졌을 때 보니까 기가 막히더라고"

하며 맞장구를 친다.


그날, 어른들은

경운기를 나누어 타고

바닷가 건너편 마을로

함께 갯벌을 향해 나가셨다.


우린 동네 마당 여기저기에 앉아

그 풍경을 멀찍이 보며

속으로 상상했다.

'어른들만 가는 모험' 같았달까.

조금 부럽기도,

조금 설레기도 했다.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

경운기는 갯벌 흙과 함께

비릿한 바다 냄새를 품고

덜컹거리며 돌아왔다.


"이거 봐라, 이게 맛이여~"

"여기 보소, 피조개가 아주 실하는구먼!"


어른들은 큰 양푼에

손수 건져온 조개들을 담으며

서로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아이들은 그 양푼에 얼굴을 들이밀며

신기한 조개껍질에 눈을 반짝였다.


그날 저녁,

동네에선 연기와 웃음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어느 집은 솥에 조개를 삶고,

어느 집은 석쇠 위에 맛조개를 구웠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엄마는 갯벌에서 돌아와선 큰 대야에 한가득 쏟아놓고 해감을 해가며 알맹 이를 쏙쏙 빼내고

솥에 물을 끓여

조갯국을 끓이셨다.

나머진 젓갈도 만들고 부침개도 해주시고


국물은 바다내음이 났고

살짝 매콤한 풋고추가 들어간 조갯국은

참으로 진하고 고소했다.


그날 밤,

온 동네에 퍼진

조개 삶는 냄새,

아이들 웃음소리,

그리고 갯벌에서 돌아온 어른들의

피곤하지만 뿌듯한 표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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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는 천 조각 하나하나에 담긴 추억을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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