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개학 며칠 전 숙제마감대작전
12화. 개학 며칠 전, 숙제 마감 대작전
방학이 시작되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다.
누가 봐도 신나게 놀 마음만 가득한 내 얼굴엔
숙제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일기장은 첫 장 몇 칸만 가지런히 채워졌고,
방학 공부책은 헌책처럼 책장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나름의 계획은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정말 두 장만 쓰고, 두 문제만 풀겠다고.
하지만 그 결심은 다음 날로, 또 다음 날로 미뤄졌다.
그리고 개학 일주일 전.
나는 비로소, 진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한 장 두 장 남아 있는 빈 일기장을 펴면
온통 빈 날씨와 흰 칸들이 나를 비웃었다.
그럴 땐 어김없이 현미네 집을 찾았다.
현미는 모범생이었고,
정갈한 글씨로 매일매일 일기를 써두었다.
게다가 나랑 자주 놀았던 덕에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의 기억하고 있었다.
"1월 14일에 뭐 했더라?"
"그날 나랑 짱돌 던지고 놀았잖아, 개울가에서."
나는 현미의 일기장을 몰래 보거나
슬쩍 엿보며 날씨를 베꼈고,
놀았던 장면을 내 방식대로 살짝 바꾸어
그림일기에 실었다.
어차피 같이 논 건 사실이니
‘거의 진실’이라며 내 양심을 달랬다.
한 번은 도무지 쓸 이야기가 없어
‘오늘은 그냥 집에서 책을 읽었다’고 썼는데,
그날 현미는 "너랑 하루 종일 나무에 올라가 놀았잖아!" 하며
웃었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이틀, 아니 삼일에 걸쳐
나는 단숨에 방학 숙제를 마무리했다.
그 바쁜 시간 동안은 밥도 허겁지겁 먹고,
일기장에 해 그림 하나 그리면서도
"아, 내가 왜 이걸 미뤘을까…"
하고 열 번쯤 후회했다.
하지만 다음 방학에도 나는 또 그랬다.
숙제는 언제나 개학 직전,
현미의 일기장과 함께 완성되는 것이었고,
그렇게 개학 첫날,
나는 어제 만든 새하얀 일기장을
자신 있게 선생님 책상에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