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22화 – 마당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 마당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우리 마당은 드라마 세트장이다.
세 가구가 마당 하나를 공유하는데, 월세가 각각 30만 원, 35만 원, 38만 원이다. 누가 38만 원 내는지? 굳이 안 알려줘도 티 난다. 테이블 앉을 때도 허리를 왕비처럼 세우거든.

마당 한가운데는 의자 여섯 개짜리 테이블이 있다. 근데 이 여섯 개 중에 멀쩡한 건 세 개뿐. 나머지 세 개는 삐걱거리거나 다리가 짧다. 앉으면, 몸이 절로 ‘재즈 댄스’ 춤선을 그린다.
그래서 좋은 의자는 언제나 35만 원 세대가 먼저 선점한다.
"어머, 이거 제 자리예요~"
"아, 의자에도 이름이 있었군요?"
이게 우리 마당의 현실이다.

옆집(35만 원)은 부부가 산다. 늘 마당에서 고기를 구우면서 내 눈치를 살핀다.
“고기 드실래요?”
“네!”
“아, 아직 안 익었어요. 집에 계세요.”
… 이게 초대인지 퇴장인지 헷갈린다.

건너편(38만 원)은 다락방이 있다. 만나기만 하면 자랑한다.
“우린 위층에 겨울옷이 있어서 좋아요.”
그 말은 곧 ‘너희 집에는 없지?’라는 뜻이다. 하지만 여름 되면 다락방이 찜질방으로 변한다. 예전에 거기서 낮잠 잤다가 건너편 아저씨가 “살려줘!” 하면서 내려온 적도 있다.

나는 혼자 산다. 그래서 마당에서 항상 애매한 포지션이다. 둘, 둘, 하나. 고기 파티를 하면 둘끼리 굽고, 나는 테이블 근처에서 책 읽는 척하다가 고기 냄새로 페이지가 젖는다.
“시끄럽죠?”
“아뇨, 괜찮아요.”
속마음: (시끄러워도 고기는 주세요.)

비 오는 날은 더 웃긴다. 마당 테이블이 다 젖어도 아무도 먼저 안 닦는다. 닦는 순간, 그 자리에 앉아야 하거든. 그래서 우산 쓰고 서서 대화한다.
“비 많이 오네요.”
“그러게요. 근데 이거 닦을까요?”
“아니요. 그냥 서 있는 게 좋아요.”
누가 보면 우리 비 맞고 서 있는 게 취미인 줄 알 거다.

이 집의 진정한 명장면은 ‘의자 전쟁’이다.
어느 날, 내가 멀쩡한 의자에 앉으려는데 건너편 아저씨가 달려왔다.
“그거 우리 집 쪽에서 관리하는 의자예요!”
“의자에도 국경이 있었나요?”
결국 나는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았는데, 삐걱삐걱 소리가 하도 커서 건너편 고양이가 놀라 도망갔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쯤은 ‘마당 평화의 날’이 있다. 누군가 치킨을 시켜놓고 “같이 드실래요?” 하면, 평소 말도 안 섞던 사람들이 줄줄이 나온다.
“저 다이어트 중인데… 다리 하나만 먹을게요.”
“아, 저도 살 안 찌는 부위만…”
그렇게 말하던 사람들, 결국 뼈만 남긴다.

마당 생활은 불편하고, 웃기고, 가끔은 황당하다.
하지만 여기선 매일이 시트콤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시트콤의 유일한 관객이자, 때로는 주연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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