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21화》

누가 내 양은도시락 찌그러뜨렸어!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21화》

누가 내 양은도시락 찌그러뜨렸어!

요즘 아이들은 모른다.
노랗게 반짝이던 양은 도시락의 위엄을.

국민학교 시절, 급식은 없었고
도시락은 엄마의 아침 전쟁이었다.

그 반짝이는 도시락 하나에
엄마의 정성과 가족의 자존심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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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엔 도시락 자랑쟁이들이 있었다.

“봐라~ 우리 엄마 계란프라이 반숙이 다잉~”
“오, 우리 엄만 소시지 있다~”
“헐, 난 김밥 싸주셨다!!”

그러다 꼭 한 명은 튀어나온다.

“... 그거, 어제 반찬 아니냐?”

정적.
눈치.
그리고 화해의 김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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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평소처럼
내 소중한 도시락을 교실 뒤 선반에 올려두었다.

아주 살포시.
귀퉁이 하나라도 찌그러지지 않게.
엄마의 사랑이 담긴 그 도시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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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갔다.
나도 반짝이는 도시락을 찾았다.

그런데…

어이쿠야!
내 도시락이 찌그러져 있었다!

귀퉁이가 쑥 들어가고,
뚜껑도 살짝 삐뚤게 열려 있었다.


---

범인은 바로 앞자리 철호였다.

“미안하데이~ 도시락이 너무 반짝여서...
의잔 줄 알았지~”

의자라고 앉았단다.
진심이길 바랐다.


---

도시락은 찌그러졌지만
엄마의 밥은 여전히 맛있었다.

반숙 계란은 완숙이 되었고,
소시지는 뚜껑에 눌려 납작했지만

왜 그날따라 더 꿀맛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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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다 먹고 운동장으로 나가는데
철호가 또 한마디 한다.

“니 도시락 맛있더라~
내일도 깔고 앉아도 되나?”

...

나 진짜,
다음 날 도시락에 찌그러뜨리면 안 되는 쪽지 써 붙이고 갔다.


---

그 시절,

도시락 하나에 울고 웃던 우리.
찌그러졌던 도시락도
그립고, 웃기고,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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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양은도시락 #엄마의 정성 #웃픈 추억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브런치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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