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 농부집주인의 창고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26화 – 농부집주인의 창고
우리 집주인아저씨는 괴산 읍내 사는 농부다.
아파트에 사시지만, 매일같이 밭일을 하신다.
차가 두 대인데, 1톤 트럭이랑 싼타페를 번갈아 몰고 온다.
가끔은 오토바이도 타고 오시는데, 그날은 꼭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쓰고 영화 속 카리스마 농부로 변신하신다.
큰 농기계는 밭에 있지만, 자잘한 농기구들은 전부 우리 마당 창고에 있다.
창고 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0000.
누구든 열 수 있지만, 웃음이 보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날도 집주인아저씨가 1톤 트럭을 몰고 왔다.
뒷칸에는 온갖 상자와 비료 자루가 실려 있었다.
아저씨가 창고 문을 열며 말했다.
“이거 잘 좀 챙겨놔. 비료는 여기 쌓고, 삽은 저기 세워두고…”
우린 다 같이 도왔다.
근데 102호 아저씨가 삽을 세우다가 그만 손잡이에 이마를 ‘쿵!’ 부딪혔다.
102호 아저씨: “아이고야! 이 삽이 날 때렸네!”
집주인: “그건 삽이 아니라 ‘경고’지. 삽을 함부로 세우지 말라는.”
창고 안에는 호미만 해도 5종류가 있다.
101호 아주머니는 호미를 고르다 고르다, 결국 집주인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건 뭐가 달라요?”
“그건 가벼워서 여자들이 쓰기 좋아요.”
“그럼 이건요?”
“그건 무거워서 여자들이 쓰면 안 돼요.”
결국 아주머니는 가벼운 걸 골랐지만, 10분 뒤에 다시 와서 말했다.
“아저씨, 이거 너무 가벼워서 힘이 안 들어가요.”
집주인: “그러니까 내가 무거운 거 쓰지 말랬잖아요.”
… 이건 호미 상담인지 코미디인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창고 한쪽엔 집주인이 직접 만든 ‘농기구 거치대’가 있다.
하지만 103호인 나는 거기 있는 낫을 꺼내다, 옆에 세워둔 곡괭이에 발을 걸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행히 땅이 흙이라 다치진 않았지만, 101호 아주머니가 그 장면을 보고 소리쳤다.
“어머, 사람도 심으려고 그래요?”
가끔 집주인은 창고 정리를 핑계로 세입자들과 수다를 떤다.
그날도 싼타페를 타고 오신 아저씨가 말했다.
“이 창고만 잘 써도 반은 농부 된 거야.”
그러자 102호 아저씨가 대답했다.
“저는 농부 말고 ‘농담부’ 할래요.”
순간 웃음이 빵 터졌다.
집주인: “그럼 넌 농기구 말고 농담만 챙겨가.”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사건.
집주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온 날, 비료 포대를 내리다가 그만 창고 문턱에 걸려 ‘우르르르’ 굴러갔다.
포대가 터지진 않았지만, 비료 냄새가 마당에 퍼졌다.
그걸 맡은 101호 아주머니가 말했다.
“이거 밥에 비벼 먹으면 안 되죠?”
집주인: “그건 밥이 아니라 풀밥이 되지.”
창고 속에는 농기구뿐만 아니라, 집주인이 ‘언젠가 쓸 거’라며 모아둔 물건들이 많다.
낡은 페인트 통, 녹슨 드릴, 바퀴 빠진 손수레, 심지어 바람 빠진 축구공까지.
그걸 본 103호 나: “아저씨, 이거도 다 쓰려고 모아둔 거예요?”
집주인: “그럼. 농사도, 인생도, 언젠가 다 쓸모가 있어.”
그 말이 멋있긴 했지만, 옆에서 102호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근데 그 ‘언젠가’가 우리 생전에 올까요?”
이 창고는 단순한 저장소가 아니라, 우리 웃음 창고다.
농기구를 빌려가면 뭔가 사고가 생기고, 그걸 집주인이 와서 수습하며 또 농담이 오간다.
비밀번호 0000, 웃음 비율 100%.
이곳에서의 생활은, 마치 매일 ‘농촌 시트콤’에 출연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