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27화 – 창고 대참사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27화 – 창고 대참사

그날은 괴산 하늘이 너무 맑았다.
하지만 우리 마당 사람들에게는 ‘역사적인 재앙의 날’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일의 시작은 단순했다.
집주인아저씨가 1톤 트럭을 몰고 와서 말했다.
“마당 옆 잡초 좀 정리하자. 창고에 다 도구 있으니까 꺼내서 쓰면 돼.”

그 말을 듣자 101호 아주머니, 102호 아저씨, 그리고 나(103호)는 덩달아 신났다.
잡초 제거라면 금방 끝날 것 같았고, 운동도 되겠다 싶었다.

창고 문 비밀번호 0000.
‘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반짝이는 호미와 날 선 낫, 묵직한 곡괭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호미는 내가 쓸게.” – 101호 아주머니.
“난 낫!” – 102호 아저씨.
“그럼 난 곡괭이네…” – 나.

첫 10분 동안은 평화로웠다.
잡초가 뽑히고, 마당이 깨끗해지고, 서로 “오, 잘하네” 칭찬까지 오갔다.

그런데 문제는 102호 아저씨가 낫을 휘두르다, 그만 자기 신발 끈을 ‘싹둑’ 잘라버린 순간부터였다.
“어, 신발이…!”
발이 덜렁거리자, 101호 아주머니가 급히 달려와 붙잡았다.
“아이고, 이러다 발까지 나가겠네!”

그러다 아주머니는 잡초를 뽑으려다 손잡이가 헐거운 호미를 휘두르는 바람에, 손잡이가 ‘휙!’ 빠져서 내 등 뒤로 날아왔다.
“으악!” – 나.
곡괭이를 들고 있던 나는 놀라서 힘을 주다, 곡괭이 머리가 땅속 돌에 ‘쾅!’ 박혔다.
그 반동으로 곡괭이 자루가 솟구쳐 올라, 102호 아저씨 턱을 ‘퍽!’ 치고 말았다.

“아이고! 이거 전쟁터야 뭐야!” – 102호 아저씨, 턱을 부여잡으며.

그 소동에 집주인아저씨가 달려왔다.
“야야야! 농기구는 싸우는 데 쓰는 거 아니야!”
그런데 뛰어오다 창고 앞에 놓인 비료 자루를 발로 ‘꽝!’ 밟는 바람에, 비료가 ‘푹’ 터졌다.
순식간에 하얀 가루가 사방으로 퍼졌다.

우린 전부 하얀 가루 범벅이 됐다.
마당엔 ‘괴산 눈 축제’라도 열린 듯했다.

그때 101호 아주머니가 한마디 했다.
“이거, 그냥 김장 김치 속 넣는 고춧가루였으면 좋겠다…”
그러자 102호 아저씨가 맞받아쳤다.
“그러면 우린 지금 김치가 되는 거지.”

웃음이 터지자, 더 이상 일은 진행되지 않았다.
집주인아저씨도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야, 너희들… 창고에서 도구 꺼내면 꼭 사고가 나네. 오늘은 그냥 치킨이나 시켜 먹자.”

그렇게 우리는 농기구를 그대로 창고에 넣고, 마당 한가운데 앉아 치킨을 뜯었다.
창고 문이 ‘철컥’ 닫히는 순간, 마치 거기가 ‘웃음 폭탄 보관소’인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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