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학교 가는 길 마음 가는 길

18화 솔방울과 공깃돌

《솔방울과 공깃돌》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18화


가을이면

학교에서는 솔방울을 가져오라 하셨다.

교무실 방송으로 "내일까지 솔방울 가져오기"

라는 말씀이 들리면

우린 집 근처 소나무 숲으로 우르르 달려 나갔다.


집에서도 아궁이에 불을 때야 겨울을 나듯

학교도 따뜻한 겨울을 위해

아이들의 손으로 땔감을 준비했다.

학교 창고에는

티끌 모아 태산처럼

우리가 가져온 솔방울, 장작들이

하나둘 쌓여 갔다.


5학년쯤 되었을 때부터

창고 근처는 우리 고학년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우린 솔방울 옆에서

서로 모은 공깃돌을 꺼내 자랑하고,

자리 펴고 앉아한 판 두 판 공기놀이에 몰두했다.


그땐 공깃돌이 마치 보석 같았다.

반짝반짝, 잘생긴 공깃돌을 발견하면

그 돌 하나에 마음을 다 주기도 했다.

가방 속에 예쁘장한 공깃돌을

한가득 모아 다니는 게 유행이었다.

친구들과 몰래몰래 바꾸기도 하고,

"이건 고급이야" 하며 자랑도 했다.


가끔 남자아이들이

우리가 너무 재미나게 노는 걸 부러워했는지

"끼워 줘!" 하고 옆에 앉곤 했다.

그럴 땐 뾰로통한 척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나쁘지 않았다.

"딱 한 판만!"

정색하면서도

웃음이 새어 나오곤 했다.


솔방울을 가득 담은 포대,

반짝이는 공깃돌,

그리고 겨울로 향하던 노란 햇살.


그 시절

놀이라는 이름의 따뜻한 풍경들이

지금도 가슴속에서

사락사락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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