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가을산 아이들의 놀이터
《가을 산, 아이들의 놀이터》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16화
가을이면 아이들은
앞산이며 뒷산으로 자연스레 발길을 옮겼다.
놀러 가는 건지, 채집을 하는 건지
그 경계는 흐릿했다.
소쿠리 하나씩 들고
끼리끼리 수다를 떨며 산길을 오른다.
지천으로 떨어진 밤,
동글동글 도토리,
그리고 알록달록 버섯까지.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단연 밤이었다.
가시껍질을 까는 순간
그 안에서 반짝이며 튀어나오던 고운 갈색의 밤알들.
금세 껍질을 벗기고
그 자리에서 아삭아삭 먹을 수 있으니
그 재미가 쏠쏠했다.
엄마는 늘 도토리도 꼭 주워오라 하셨다.
묵도 만들고, 국도 끓이고
그 시절엔 그냥 산이 곧 식재료 창고였으니까.
그래도 난 밤 먼저, 도토리는 나중이었다.
산에는 온갖 버섯들도 많았다.
빨갛고 노랗고
작고 동그란 것들,
곧장 동화책에 나올 법한 버섯들을 보면
순간 나도 모르게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엄마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렸다.
“예쁜 건 손대지 마. 독 있는 거야.”
그래서 난
아무리 궁금하고 아름다워도
그저 눈으로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나절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소쿠리는 금세 묵직해졌고
주머니엔 밤 몇 알이 꼭 숨겨져 있었다.
그날 밤, 마루에 앉아 밤을 까먹으며
산속의 가을을 한 알 한 알
되새김질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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