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학교 가는 길 마음 가는 길

14화. 창밖에서 본. 아침조회 그리고 책 속으로

《창밖에서 본 아침조회, 그리고 책 속으로》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14화


2학년이 되었을 때,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학교에서 제일 연세가 많으신 분이었다.


젊잖고 느긋하신 선생님.

당시 어린 우리들에겐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 분이었다.

목소리도 조용했고,

걸음도 느렸고,

말씀도 천천히 이어가셨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나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신 분이셨다.


“미숙이는 오늘 아침조회 빠져도 괜찮겠지?”

선생님은 그렇게 조용히 말씀하시곤

나를 교실에 남겨두셨다.


나는 2학년 내내

아침조회 시간마다

창밖을 통해 운동장을 내려다보았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도,

전교생이 도열한 모습도

언제나 멀찍이서 바라볼 뿐이었다.


그 시간 동안 선생님은

나에게 책을 건네주셨다.


“이 책이나 읽고 있으렴.”


그렇게 책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한 권의 책을 손에 들면

끝까지 다 읽기 전엔

놓을 수 없는 아이가 되었다.


처음엔 그림책이었고,

점점 더 글이 많아졌고,

어느 날부턴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음악처럼 들렸다.


몸이 자주 아팠던 나에게

선생님은 아침 바람대신

상상의 세계를 건네주셨다.


나는 그때부터

책 속에서 뛰어놀았고

책 속에서 상상의 날개를 펼쳤다.


그 조용한 아침,

텅 빈 교실에서

햇살을 따라 책장을 넘기던 그 순간들이

내 유년기의 가장 빛나는 기억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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