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갯벌로 가는 날
《갯벌로 가는 날》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19화
새벽,
아빠의 경운기가 덜컥 덜컥 시동을 걸었다.
아직 해도 뜨기 전,
우리는 아산만 갯벌로 떠났다.
다라, 소쿠리, 양동이,
집에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모두 경운기 짐칸에 실렸다.
우리만이 아니었다.
경운기 있는 동네 몇 집이
일렬로 줄지어
고요한 시골길을 흔들며
갯벌로 향했다.
아산만까지는 경운기를 타고
두 시간도 더 걸렸다.
비포장 길에 덜컹덜컹 흔들리는 길,
하지만 나는 힘든 줄도 몰랐다.
그저
가족들과 함께,
모험하듯 떠나는 여정이 신나기만 했다.
엄마는 순천이 고향이시다.
그래서 바다에서 나는 것이라면
뭐든지 좋아하셨다.
조개, 미역, 굴, 바지락, 멸치...
엄마의 밥상엔
늘 바다 냄새가 묻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날도 조개를 많이 따야 한다며
엄마의 눈빛은 결연하셨다.
나는 그저 놀이처럼 즐겼다.
손으로 진흙을 헤집고
반짝이는 조개껍질을 찾아
소쿠리에 담았다.
햇살이 갯벌 위로 비치면
조개들도 반짝이고
우리의 웃음소리도 반짝였다.
조개가 톡 하고 손끝에 닿을 때,
그 감촉은 마치 보물 같았다.
엄마는 수시로 양동이를 점검하며
“조금만 더!”를 외치셨고,
아빠는 말없이 허리를 굽혀
삽으로 진흙을 퍼올렸다.
돌아오는 길엔
경운기 짐칸이 무거워졌다.
쏟아질 듯 담긴 조개,
햇볕에 붉게 익은 얼굴,
그리고 들썩들썩한 가족들의 웃음.
그날의 갯벌은
우리 가족에게 작은 바다였고
가난한 삶에
든든한 밥상이 되어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놀이라 믿었지만,
어쩌면 나도 알고 있었다.
엄마가 그 조개에 담아낸
사랑과 삶의 무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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