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푸른 숲 그리던 날
〈푸른 숲을 그리던 날〉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25화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정말 예쁘고 씩씩하셨다.
말투도 단정했고, 웃을 때마다 입꼬리가 곱게 올라가셨다.
무엇보다 교실에만 머물기보다
학교 곳곳을 누비며 수업하시길 좋아하셨다.
우리는 종종 운동장 옆 풀밭이나
교실 뒤편 느티나무 아래서 책을 펴놓고 공부했다.
햇살 아래서 듣는 수업은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함께여서
더욱 집중이 잘됐다.
선생님의 수업은 동화책을 읽어주는 듯
차근차근, 따뜻하고도 생생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따라
장면을 마음에 그리며 들었다.
가장 좋아했던 건 그림 그리기 시간.
선생님은 장소를 바꿔가며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마음껏 그려보라 하셨다.
그러곤 조용히 우리 곁을 돌아다니셨다.
그날도 그랬다.
소 두 마리, 송아지 한 마리,
그 너머의 푸르른 숲을
나는 내 눈으로 본 그대로,
선생님의 눈에도 예쁘게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그렸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니
선생님이 조용히 다가와 말씀하셨다.
“미숙이는 화가가 되어도 좋겠네.”
그 말이 얼마나 가슴 벅차던지,
그림 옆에 ‘내가 그린 숲’이라 써붙인 종이까지
몇 날 며칠을 눈으로 되새기곤 했다.
그 그림은 한동안 교실 뒤
‘우리 반 꾸미기’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나는 매일매일
뒤돌아 그 그림을 다시 바라보곤 했다.
아무도 없을 때면,
살짝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화가가 될 수도 있대.”
---
#마루 끝에서 본 세상 #3학년추억 #그림 그리기 시간 #예쁜 선생님 #푸른 숲 #어린 시절꿈 #교실뒤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