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가을 벼이삭을 줍는 아이
〈가을, 벼이삭을 줍는 아이〉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24화
가을은 참 바빴다.
그리고 풍요로웠다.
아빠는 이 논 저 논
경운기를 몰고 다니시며 타작을 하셨다.
타작이 시작되면
엄마는 다라 한가득 음식을 싸서
논으로 오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찬거리며
솥에서 방금 퍼낸 밥,
달큼하게 졸인 장조림 같은 것들이
큼직한 보자기마다 꽉 들어차 있었다.
온 동네 어른들은
그걸 논두렁에 둘러앉아 드셨다.
그날의 수확처럼
엄마의 밥상도 넉넉했다.
그렇게 어른들이 타작을 하는 동안
나는 동생들과 함께
논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떨어진 벼이삭을 한 톨이라도 더 주워 담으려고
해가 질 때까지 논바닥을 샅샅이 훑었다.
손에 쥔 이삭이 조금씩 무게를 더해갈 때
우리는 왠지 뿌듯했다.
해가 저물고,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논엔 볏짚 향과 흙냄새가 오래도록 남았다.
그 무렵 학교에서는
쌀을 가져오라고도 하셨다.
새마을운동의 영향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못 가져오는 친구들이
괜히 주눅 들까 걱정돼
엄마께 사정해
두 봉지씩 가져간 날도 있었다.
가을은 그렇게
바쁘고 고단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가 따뜻하게 이어지던
참 좋은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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