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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추수철 논으로 가는 아이

〈추수철, 논으로 가는 아이〉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23화


언제부터였을까.

가을이 깊어가고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일 무렵이면

나는 자연스레 아빠의 논으로 향했다.


경운기가 집에 들어오고부터

아빠는 더 바빠지셨다.

온 가족이 경운기 뒤에 타고

덜컹덜컹 논으로 향하는 날이면,

마냥 신나기보다는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왜 난 놀지도 못하게 논에 데려가는 걸까.”

어린 마음엔 섭섭함이 밀려오곤 했다.

딴 집 아이들은 놀 텐데

왜 우리 집만 온 식구가

들일에 나가야 하나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타작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일손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랐다.

동네 어른들이 도와주러 오셨지만

우리 가족의 손까지 빌려야 했던

그 바쁜 농사철은

언제나 그렇게, 숨 가쁘게 지나갔다.


논바닥엔 볕이 가득하고

벼이삭이 쏟아져 내릴 때

먼지 속에서 일하는 아빠의 손,

엄마의 허리,

그리고 내 손바닥 위에 맺히는 작은 땀방울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렇게 해마다,

우리는 가을을 걷어 들이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더 단단히 엮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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