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얼떨결의 알바 스며드는 삶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4화
얼떨결의 알바, 스며드는 삶
알바 첫 주는 생각보다 바쁘지 않았다.
룸은 다섯 개, 손님은 많지 않았고, 단순히 주문과 계산, 청소만 하면 됐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나는 성진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의 눈빛, 손짓, 말투, 고객과 공간을 관리하는 태도까지.
모든 것이 담담하고 정확했다.
“룸 세팅 끝났습니다. 손님 들어오시면 바로 안내하세요.”
내가 말하자 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꼼꼼하게 해 주면 저도 마음이 편하거든요.”
그 한마디에서 그의 철학이 느껴졌다.
성진에게 이 공간은 단순한 노래방이 아니었다.
손님과 직원, 그리고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작은 세계였다.
처음으로 단둘이 카운터에 앉아 있을 때,
성진은 조용히 내게 물었다.
“원래 노래방에 자주 오셨어요?”
“네, 그냥 혼자 노래 부르러… 마음을 풀고 싶어서요.”
나는 담담히 답했지만, 그는 내 마음을 이미 읽은 듯했다.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하죠.
답답하고 힘들면 노래라도 부르고 풀어야 하니까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안정적이었지만,
말속에 담긴 삶의 무게는 묵직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그가 단순히 노래방 사장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묵묵히 지켜낸 사람이라는 것을.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얼떨결의 알바를 통해 조금씩 흘러나왔다.
“어릴 때는 참… 힘든 시절을 겪었죠.
가끔은, 사람한테 기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어린 시절의 상처와 청년기의 고난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결코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살아왔고, 그 삶 속에서 자신을 지켜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힘든 시절을 겪고도 이렇게 담담하게 사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사람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에요.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택해야 하죠.
저는 제가 선택한 삶을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에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었고,
그 중심 위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담담하지만 단단한, 묘하게 신뢰가 가는 눈빛.
그날, 우리는 단순한 알바와 사장의 관계를 넘어
서로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했다.
알바를 하며 접하는 짧은 대화 속에서도
성진은 자신의 삶을 조심스레 풀어놓았다.
과거의 상처, 유년의 어려움, 청년기의 방황,
그리고 지금의 삶까지.
나는 점점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얼떨결에 시작한 알바였지만,
그 덕분에 나는 성진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단순한 노래방 손님에서,
그의 삶을 가까이서 듣는 사람으로,
조금씩 스며드는 존재가 되어갔다.
그가 룸 정리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카운터에서 잠시 멈춰 서서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정확하고 깔끔한 손놀림, 손님을 배려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
모든 것이 그의 성격과 닮아 있었다.
강인하면서도 따뜻하고, 단호하지만 배려심이 깊은 사람.
그날 이후, 나는 알바라는 역할을 통해
성진과 조금씩 가까워졌다.
단순한 공간의 관리와 손님 응대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이었다.
노래방 조명이 낮게 깔린 그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묘하게 끌리며,
서로의 존재를 조용히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 작은 알바가 나에게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성진의 삶을 이해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만나게 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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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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