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시작된 알바
3화
얼결에 시작된 알바
강남의 골목 한쪽, 낯익은 간판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내가 자주 찾던 성진의 노래방이었다.
작은 룸 다섯 개, 하지만 정갈하게 관리된 공간은 언제나 안정감을 주었다.
단골손님으로서 들어설 때마다 느끼던 담담한 편안함,
그리고 깔끔한 분위기는 성진의 성격과 닮아 있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혼자 노래를 부르러 갔다.
집 근처라 자주 들르는 곳이었지만, 마음 한편이 답답해서
노래로 풀고 싶은 심정이 컸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노래만 하실 건가요?”
낯익은 낮은 목소리가 카운터에서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성진이었다. 40살의 안정된 눈빛과 담담한 표정.
“네, 그냥 노래만 하러 왔어요. 요즘 좀 답답해서요.”
나는 자연스럽게 답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산을 마쳤다.
그의 손놀림과 말투,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묵직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날, 평소와 다른 상황이 있었다.
원래 노래방에서 일하던 39살 남자 직원이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성진은 손님이 들어오기 전 카운터에서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혹시… 오늘 잠깐 도와줄 수 있어요?”
나는 얼떨결에 손을 들었다.
“네? 아, 잠깐이면 괜찮아요.”
그렇게 나는 노래방 알바를 시작했다.
주문과 계산, 룸 정리 정도의 단순한 일이라
손님과 직접 부딪힐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 단순한 일 덕분에 나는 성진과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첫날, 나는 룸 청소와 계산을 하며 성진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사람이 불편하면 작은 문제도 크게 번져요.
손님뿐만 아니라 직원과 공간까지 모두 보호해야 하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말투는 차분하지만, 말속에는 그의 철학과 삶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겪은 고난, 유년기의 상처,
그리고 지금까지 사람과 공간을 지키며 살아온 삶.
나는 묘하게 마음이 끌렸다.
성진은 강인하면서도 따뜻하고, 단호하면서도 배려심이 깊었다.
그의 눈빛과 행동은, 단순히 노래방 사장 이상의 것을 말하고 있었다.
얼결에 알바를 시작했지만, 나는 점점 그의 삶과 철학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있었다.
노래방에서의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아직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묘한 신뢰와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담담한 태도, 정리정돈된 공간,
그리고 손님을 대하는 섬세한 배려는
내게 낯설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날 이후, 나는 알바라는 얼떨결의 계기 속에서
성진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조금씩 그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단순한 노래방 손님이 아닌, 그의 삶의 일부로서
나는 조금씩 그와 연결되어 갔다.
노래방의 조명이 낮게 깔린 그 공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인연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아직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날의 만남은 내 삶에서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