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청소에도 순서가 있었다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7화
청소에도 순서가 있다
노래방 일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손님이 들어오면
방을 세팅하고
주문을 받고
시간을 카운터에서 관리한다.
그리고 손님이 나가면
청소.
처음엔 그냥 청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진에게는 그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첫날, 성진은 나를 룸으로 데리고 갔다.
“이모님, 청소는 순서가 있습니다.”
나는 웃었다.
“청소도 순서가 있어요?”
성진은 진지했다.
“네. 있어요.”
그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먼저 컵을 정리하고
그다음 테이블을 닦고
그다음 리모컨
마이크
마지막이 바닥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깨끗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성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순서가 있어야 깔끔함이 유지됩니다.”
그는 마이크를 들었다.
“마이크는 손님이 가장 많이 만지는 거니까
알코올로 꼭 닦아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리모컨도요.”
그날 성진은
룸 하나를 청소하는 방법을
천천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똑같이 말했다.
“이모님, 여기 한 번 더 닦아주세요.”
“이모님, 테이블 아래도 보셔야 합니다.”
“이모님, 소파 틈도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성진 씨 진짜 꼼꼼하네요.”
성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거 10년 걸렸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췄다.
“10년이요?”
“네.”
그는 룸을 한번 둘러봤다.
“이 상태를 만들기까지요.”
노래방은 오래된 곳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낡은 느낌이 없었다.
소파는 깨끗했고
벽지도 정돈되어 있었고
마이크도 반짝였다.
성진이 말했다.
“손님이 들어왔을 때
여기 깨끗하다고 느끼면
그건 하루 만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그는 웃었다.
“10년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괜히 룸을 한번 더 둘러봤다.
그리고 그때 처음 알았다.
성진에게 이 노래방은
단순한 장사가 아니라는 것을.
이곳은
그가 살아온 시간이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
우리는 카운터에 앉았다.
룸 다섯 개 중
두 개만 손님이 있었다.
성진이 컴퓨터를 보며 말했다.
“이모님, 저 손님들 두 시간 넘으면
20분 서비스 넣어주세요.”
나는 웃었다.
“원래 다 그렇게 해줘요?”
“네.”
“왜요?”
성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기분 좋으라고요.”
그리고 덧붙였다.
“그래야 또 옵니다.”
나는 웃었다.
“사업가네요.”
성진도 웃었다.
“아직 아닙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성진이 말했다.
“이모님.”
“네.”
“저 옛날에 진짜 별거 다 했습니다.”
나는 조용히 들었다.
“웨이터도 하고
핸드폰 가게도 하고
싸움도 많이 하고…”
그는 웃었다.
“전과도 좀 있고요.”
나는 놀라서 웃었다.
“정말요?”
“네.”
그는 담담했다.
“그때는 겁이 없었어요.”
나는 조용히 물었다.
“왜요?”
성진은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잃을 게 없었거든요.”
그 말은
노래방 카운터 위에서
천천히 내려앉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진이 다시 말했다.
“지금은 다릅니다.”
“왜요?”
성진이 휴대폰을 잠깐 봤다.
아이 사진이었다.
“지금은 잃을 게 많거든요.”
그는 웃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사는 겁니다.”
그날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 노래방에서
나는 알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조금씩 듣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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