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녀를 만난 날
8화
처음 그녀를 만난 날
그날 밤도 노래방은 조용했다.
룸 다섯 개 중 세 개만 손님이 있었고
두 개는 비어 있었다.
손님이 들어오면
처음 10분 정도만 신경 쓰면 된다.
마이크 세팅하고
리모컨 확인하고
간단한 안주 주문받고
노래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손님들의 시간이다.
대부분 두 시간,
길면 세 시간.
성진은 카운터 컴퓨터를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이모님.”
“네.”
“저 처음 유흥가 들어간 게 스무 살 조금 넘어서였어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진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그때 대학 다니고 있었거든요.
심리학.”
나는 조금 놀랐다.
“심리학이요?”
“네.”
그는 웃었다.
“사람이 궁금했어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근데 돈이 없었습니다.”
그의 말투는 늘 그렇듯 담담했다.
“어머니가 돈 벌어오라고 했거든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웨이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성진은 그때를 떠올리는 듯
잠깐 멈췄다.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그는 웃었다.
“근데 금방 익숙해지더라고요.”
나는 물었다.
“왜요?”
성진이 말했다.
“사람이 보이거든요.”
“사람이요?”
“네.”
그는 카운터 위에 손을 올렸다.
“술 마시면 다 나옵니다.”
그는 웃었다.
“돈 있는 사람
허세 있는 사람
외로운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
나는 가만히 들었다.
성진이 말했다.
“그때 사람을 많이 배웠어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성진이 말했다.
“그때 지금 와이프를 만났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술자리에서요?”
“네.”
그는 웃었다.
“완전 우연이었습니다.”
성진은 기억을 더듬듯 말했다.
“그날 손님들 술자리였어요.
지인들이 데리고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었죠.”
나는 물었다.
“첫인상은 어땠어요?”
성진은 잠깐 생각했다.
“강했습니다.”
나는 웃었다.
“강해요?”
“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똑바로 하더라고요.”
성진이 말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무슨 일요?”
“골프 캐디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진은 계속 말했다.
“그때 이미 아이 둘이 있었어요.”
나는 조금 놀랐다.
“처음부터 알았어요?”
“네.”
성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숨기는 스타일 아니었습니다.”
나는 물었다.
“그럼 왜 만났어요?”
성진은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불쌍해서요.”
나는 조용히 웃었다.
“불쌍해서요?”
“네.”
그는 말했다.
“저보다 더 힘들어 보였습니다.”
카운터 위에 잠깐 침묵이 내려앉았다.
성진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모님.”
“네.”
“그 여자… 진짜 독하게 살았습니다.”
나는 조용히 들었다.
“아이 둘 키우려고
교통비도 아껴서
걸어 다녔어요.”
그는 말했다.
“그거 보고…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성진이 말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무슨 생각이요?”
그는 천천히 말했다.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저 사람은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말은
노래방 카운터 위에서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때 룸에서 호출벨이 울렸다.
성진이 일어났다.
“이모님, 3번 방 맥주 하나만 넣어주세요.”
나는 일어나며 말했다.
“네.”
맥주를 들고 룸으로 가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작은 노래방에서
나는 한 사람의 인생을
조금씩 듣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드라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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