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구멍가게와 아빠의 비밀
〈구멍가게와 아빠의 비밀〉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28화
학교 가는 길엔 구멍가게가 세 군데나 있었다.
한 시간이 넘는 먼 길을 걸어가야 했던 우리에겐
그것도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우리 동네에 있는 구멍가게는
학교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고,
늘 똑같은 과자 몇 가지와 가늘게 빛바랜 불량식품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학교가 가까워질수록
구멍가게는 점점 커지고,
과자 종류도 많아지고
냄새 좋은 빵과 알록달록한 사탕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특히 마장 마을 이발소 옆 구멍가게는
학교 가는 길에 꼭 한 번 들렀던 장소였다.
그곳엔 크레파스 냄새와 달고나, 쫀드기가 뒤섞인
아이들만의 천국 같은 시간이 있었다.
엄마는 학교 갈 때
정말 꼭 필요한 돈만 딱 쥐여주셨다.
하지만 아빠는 달랐다.
아빠는 아침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지붕 처마 밑에 숨겨놓은 동전 몇 닢을
조심스레 내 손에 쥐여주셨다.
“엄마에겐 비밀이다.”
그 말과 함께.
나는 그 동전들을
매일 조금씩 아껴가며 썼다.
구멍가게 앞에서
긴 시간 동안 무얼 살까 고민도 했고,
결국 하나를 고르면
그 과자봉지를 들고 집으로 가는 길이
그날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아빠가 쥐여준 그 작고 따뜻한 동전 속엔
간식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건 사랑이었고,
비밀이었고,
나만을 향한 배려였다.
그래서 지금도 구멍가게만 보면,
나는 아빠의 웃는 얼굴과
“엄마한테 말하면 안 된다”던
그 목소리가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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