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시루떡과 밀가루 반죽
〈시루떡과 밀가루 반죽〉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29화
엄마는 시루떡을 자주 만드셨다.
가마솥에 물을 올리고
무겁고도 반들반들한 떡시루를 하나씩 올리셨다.
시루 바닥에 하얀 망을 고르게 깔고
그 위로 고운 흰 가루와 팥고물을 차곡차곡 얹었다.
어느 날은 말린 호박채를 흰 가루와 버무려 넣기도 하셨다.
노란 호박과 하얀 가루, 그리고 붉은 팥고물의 어우러짐은
그야말로 자연이 만든 무지개 같았다.
떡시루 위로
젖은 하얀 천을 덮고
무거운 뚜껑을 조심스럽게 덮으시면,
시루와 솥 사이 틈엔
밀가루 반죽을 빙 둘러 공기가 새지 않게 꼼꼼히 발라 붙이셨다.
그 모습은 마치 작은 제사를 지내듯
정성과 정중함이 가득했다.
이따금
그날이 누구 생일인지, 무슨 좋은 날인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아도
엄마 손길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좋은 날은 꼭 떡이 있었다.
그리고 그 떡 속엔 엄마의 마음이 있었다.
떡이 다 쪄진 뒤
솥 가장자리에 바른 그 밀가루 반죽은
하나의 별미가 되었다.
엄마는 그 반죽을 군불 위에 살짝 구워
노릇노릇하게 익혀주셨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그 밀가루 떡은
세상 어느 과자보다 맛있었다.
우린 그것을 손에 들고
엄마가 시루떡을 뒤집는 모습을
입에 침이 고이도록 지켜보곤 했다.
고운 김이 피어오르고
시루를 열면
세 겹 네 겹 포개진 시루떡이
엄마의 품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드러났다.
그 떡을 썰어
옆집에도 나누고
외양간 옆 큰 고무 대야에 쌓아두면
집 안엔 기분 좋은 팥향과 흰 가루 냄새가 가득했다.
그날은 그냥
맛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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