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집에서 만든 자장면
〈집에서 만든 자장면〉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30화
불을 때서 밥을 해 먹던 우리 집에
어느 겨울, 석유난로가 들어왔다.
빨갛고 네모난 철제 석유난로는
집 안을 따뜻하게도 데워주었지만,
우리 집 부엌을 더 특별한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난 석유난로가 생긴 그날부터
엄마의 요리를 돕는 재미에 빠졌다.
특히 저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별미,
칼국수나 자장면을 만들 땐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나는 자장면을 더 좋아했다.
큰 양은 냄비를 석유난로 위에 올려두고
엄마는 돼지고기 한 근과 온갖 채소를 큼직하게 썰어
달달 볶기 시작하셨다.
기름 향이 부엌 가득 퍼질 즈음,
춘장이 투입되면 마법처럼 자장 냄새가 피어올랐다.
면은 엄마가 몇 시간 전부터
반죽을 해두셨다.
반죽을 눌러 길게 빼내는 국수 뽑는 기계를 돌리는 건
대개 나와 남동생의 몫이었다.
쫄깃하게 나온 생면이 쭉쭉 나올 땐
괜히 내가 요리사가 된 기분도 들었다.
가마솥에 펄펄 끓는 물을 부어
엄마가 면을 삶아내시면
그 위로 자장 소스를 듬뿍 얹는다.
시커먼 자장에 푹 잠긴 면발은
반찬 하나 없어도 밥 한 끼를 책임졌다.
식구들은 한 그릇이 모자라
항상 두 그릇씩은 뚝딱 해치우곤 했다.
남은 자장 소스는 귀한 보물이었고
다음 날이면 밥을 비벼 먹겠다며
나도, 동생들도 숟가락을 먼저 들기 바빴다.
가끔은
엄마가 춘장을 볶는 그 순간부터
우린 벌써 식사 시간처럼 시끌벅적했고,
겨울 저녁 난로 앞 식탁은
언제나 웃음과 자장 냄새로 따뜻하게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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