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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식혜와 엿 겨울의 단맛


〈식혜와 엿, 겨울의 단맛〉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31화


겨울 새해를 맞이하기 한 달 전부터

엄마는 바쁘고 또 바쁘셨다.

사람마다 손이 필요한 시기였고,

우리 집은 음식 솜씨 좋기로 소문이 나 있었기에

당연히 준비할 것도 남들보다 많았다.


그중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쌀이었다.

식혜를 만들고, 엿기름을 고르고, 엿을 쑤기까지

짧게는 열흘, 길게는 보름 넘게 이어지는 긴 여정.

그 시작은 언제나 큰 가마솥에 쌀을 안치는 것이었다.


우리 집 사랑방에는

목욕물도 데우고 국도 끓이고 약도 달이던

엄청나게 큰 가마솥이 있었다.

겨울이면 그 가마솥은 식혜와 엿기름을 만들기 위한

엄마의 실험실이 되었다.


쌀을 고르고, 말리고, 엿기름을 우려

정성껏 식혜를 끓이던 엄마의 손은 늘 따뜻했다.

달큼하고 구수한 식혜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지면, 나는 그 옆을 떠나지 못했다.

손이 미끄러질까 봐 조심조심

식혜 위의 잣 한 알을 떠먹던 기억.


엿을 만들 때는

끈적한 고무신 같은 엿물 위에

엄마가 힘껏 들었다 내리는

긴 고무주걱이 유난히도 커 보였다.

엿이 잘 끓는 날이면,

우린 옆에서 노끈을 돌돌 말며

엿줄기를 만들어보곤 했다.

그러다 손에 달라붙은 엿을 떼느라

눈물짓기도 했던 우리들.


그 시절 겨울은

바람보다 달콤한 냄새로 기억된다.

식혜와 엿의 단맛이 집 안을 채우고,

엄마의 숨소리와 장작 타는 소리가

나직이 어우러졌던 겨울밤.


그 따스하고 고된 시간 덕분에

우린 매해 새해를 더 풍요롭고 달콤하게 맞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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